46. 병아리
“빨리 병아리가 나와야 할 텐데.”
“그렇게도 병아리가 좋으냐?”
“그럼요, 병아리가 나오면 내가 좁쌀을 주고 물도 줄 건데.”
삼촌과 호야가 이야기합니다. 앞뜰 위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어미 닭을 멀찌감치 바라봅니다. 너무 가까이 가면 어미 닭의 마음이 불안해져서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조금만 참아라, 내 일 아니면 늦어도 모레쯤부터는 병아리가 깨어날 테니까.”
대답이 없습니다.
“자꾸만 어미 닭 가까이 가서 귀찮게 하지 말고.”
달력을 보며 손을 꼽아보던 삼촌이 말했습니다.
“응, 알았어.”
호야는 하루해가 너무 길기만 합니다.
‘빨리 해가 넘어갔으면 좋겠다.’
호야는 뜰을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턱만 고이고 어미 닭만 바라봅니다. 어미 닭도 둥지를 떠나지 않습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호야만 바라봅니다.
다음날 먼동이 트자, 호야는 일찍 일어나 뜰로 나갔습니다. 어느새 어미 닭은 감았던 눈을 떴습니다. 호야를 두리번거리며 쳐다봅니다. 어미 닭을 제외하고 다른 닭들은 마당에서 먹이를 찾기에 바쁩니다.
“아니 무슨 일인가, 우리 도련님이?”
엄마가 아침밥을 짓기 위해 방문을 열고 나오다가 호야를 보고 눈을 찡끗하셨습니다.
“오늘은 병아리가 나오는 날이래요.”
“벌써 그렇게 됐나?”
“삼촌이 그랬는데요.”
“그렇다고 둥지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지 마라, 부정 탄다.”
‘부정 탄다고?’
방문을 열고 나오신 할머니도, 아버지도, 고모도, 삼촌도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참 이상하다. 뭐 들여다본다고 부정까지 탄담.’
어제는 점심을 먹기가 싫었는데 집안 식구들의 성화에 자리를 같이했습니다. 밥을 먹는 사이에 병아리가 깨어날지 모릅니다. 호야는 병아리가 어떻게 알에서 깨어날까 궁금합니다. 아침을 먹고 뜰로 나가자, 어미 닭은 호야가 없어 안심되었던지 둥지를 떠나버렸습니다.
‘때는 이때다.’
호야가 살며시 다가가 둥지를 보았습니다. 병아리 두 마리가 껍질을 까고 나왔습니다. 자세히 살펴봅니다. 다른 알은 끝부분이 조금 깨져있거나 금이 간 것이 몇 개 있습니다. 살며시 들어 귀에 대니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톡톡톡.”
껍질을 쪼는 소리입니다. 그중 하나를 들어 손톱으로 껍질을 조금 벗기니 병아리의 주둥이가 보입니다. 순간 호야의 머리를 스치는 게 있습니다.
‘조그만 게 힘들겠다, 껍데기를 깨고 나오려면.’
호야는 껍질을 까주는 것이 병아리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빨리 껍질을 깨 주고 예쁜 병아리들에게 좁쌀을 주어야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호야는 껍데기를 하나하나 깨서 병아리들을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처음 나오는 병아리들은 생각같이 예쁘지 않습니다. 털에 물기가 묻어서 꼭 비 맞은 생쥐와 같은 모습입니다.
‘이제 됐다. 모두 오늘 태어났으니, 너희들은 생일이 한날이다. 내가 귀여워해 줄게 무럭무럭 자라나렴.’
호야는 신이 나서 만나는 친구마다 자랑했습니다.
“오늘 우리 병아리 열다섯 마리 깠다.”
“와, 그렇게 많이!”
“우리 가서 구경해도 될까?”
“그럼.”
호야와 친구들이 자치기 하다가 저녁때 집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두 마리만 보일 뿐입니다.
“다 어디 있니?”
“여긴데.”
“없잖아, 두 마리뿐인데.”
“이상하다, 분명히 이 둥지인데.”
“거짓말, 우리들 속이려고 그랬지?”
“아니다, 분명히 내가 병아리의 알껍데기를 벗겨주었다.”
언제 삼촌이 왔는지 호야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습니다.
“병아리가 왜 죽었나 했더니만.”
삼촌은 호야를 끌고 윗방으로 올라갔습니다.
“녀석아, 부정 탄다고 했잖아. 두 마리 남고 모두 죽었다.”
어미 닭이 호야를 쳐다보았습니다. 눈빛이 무척 호야를 원망하는 듯 보입니다. 저녁밥을 드시면서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상은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이야.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겠지만, 필요할 때만 주어야지. 쓸데없는 도움은 이롭기는커녕 피해를 주거나 불행을 가져오게 할 수 있다.”
할머니도 거드셨습니다.
“아비 말이 맞는다. 호야, 앞으로 쓸데없는 짓이랑 하지 말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