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학교 일상 20221104
요즈음은 학교 근처를 지나면서 교정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떠들썩한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학교뿐만 아니라 공원이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마디로 사람 사는 기분이 느껴진다고나 해야 할까요.
그 활기에 찬 학교가 한동안 암흑이 세계를 연상케 했습니다. 학교뿐만 아닙니다. 운동경기장, 극장을 비롯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정부에서는 통제시켰습니다. 음식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의 전염병은 일상의 생활을 한순간에 침체의 도가니로 몰아넣거나 정지시켰습니다. 세계가 일순간의 혼란에 빠졌습니다. 모두가 마스크로 중무장했습니다. 세계의 교통이 두절되었습니다. 통제로 인해 얼마 동안 이산가족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평생학습관에서 그림 전시회가 있다기에 중학교 옆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기대했던 만큼이나 떠들썩합니다. 왁자지껄합니다. 내가 운동장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는 몇 개 반이 체육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간이야구, 농구, 도지 볼을 합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언덕에서 그들의 활동 모습을 잠시 구경했습니다. 순간 나도 그들 속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러만 준다면 나도 잘할 것 같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들과 겨룰 체력은 못 되겠지만 마음은 그들의 실력을 능가하고도 남습니다.
어제는 기온이 갑자기 곤두박질을 쳤습니다. 일기예보에 일부 산간에는 얼음이 얼 거라고 했습니다. 옷을 든든히 입었습니다. 어제 배움터에 가려고 옷을 입는데 내 옷차림을 보고 아내가 참견했습니다.
“완전히 한 겨울이네, 칙칙하기도 해요.”
그 말에 나는 도톰한 가을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하루 종일 구름이 낀 날씨라서 그럴까, 밖으로 나서자 서서히 찬 기운이 느껴집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평소보다 걸음을 빨리했습니다. 하지만 춥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가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춥지요. 입방정을 떨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몸이 으스스합니다. 아침에 입었던 바지와 점퍼를 꺼내 입었습니다. 몸을 덥혀야 합니다. 초장에 얼며 겨우내 춥다던데 하는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곧장 이불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습니다. 잠시 단잠을 잤지만, 몸은 가뿐하지 않습니다.
집으로 돌아올 때 담장 안을 보니 아이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시계를 보았습니다. 점심시간입니다. 텅 빈 운동장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나는 낙엽을 밟으며 울타리로 접근했습니다. 담장 밖으로 공을 비롯하여 플라잉디스크가 떨어져 있습니다. 체육 수업이 끝나고 챙기지 않은 게 분명합니다. 나는 종류가 다른 공들을 주워 마당으로 던졌습니다. 플라잉디스크도 날렸습니다. 학교 옆을 지날 때면 종종 하는 일입니다.
내가 처음 학교 근처로 이사 왔을 때입니다. 울타리와 공원의 길 사이에는 나무와 풀들이 우거져 숲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숲에 공이 보이기에 풀을 헤치고 언덕을 내려갔습니다. 수십 개의 공들이 숨어있습니다. 새 공도 있고 몇 년이 지났는지 낙엽 사이에 허름한 모습을 한 것도 있습니다. 플라잉디스크에는 빗물이 고여 있습니다. 보이는 대로 집어 운동장을 향해 던졌습니다. 꽤 많습니다. 그 후로 학교 옆을 지나칠 때면 가끔 물건을 주어 담 너머로 넘겼습니다.
그 후로 한동안 그런 물건들을 볼 수 없었습니다. 학생들 학교에 나오지 못했고 나온다고 해도 운동장에서의 체육 수업은 보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입니다. 코로나 전염병이 주춤해지자, 학생들의 활동이 운동장에서 눈에 뜨였습니다. 담장 밖의 운동 도구들도 눈에 뜨입니다. 내가 공과 플라잉디스크를 운동장에 던지는데 체육선생의 눈에 뜨였습니다. 그 후로는 내가 울타리 가까이 접근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귀가하면 그 선생이 담장 밖을 한 바퀴 도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오늘은 노란 공 두 개가 보입니다. 새 공입니다. 하나를 빈 운동장을 향해 던졌습니다. 한 개마저 던질까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갑자기 갖고 놀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공이 말랑말랑해서 마음에 듭니다. 손바닥 탁구를 하면 좋겠습니다. 며칠 만지다 제자리로 돌려놓기로 했습니다.
나는 학교의 출입 통제가 없던 시절 운동장을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없는 마당은 산책하거나 운동을 하기에 좋습니다. 다른 좋은 점도 있습니다. 가끔 건물 아래 화단을 눈여겨봅니다. 주인 없는 지우개나 연필, 풀, 가위 등이 화초 사이에 떨어져 있습니다. 장난으로 바닥으로 떨어뜨린 건지 아니면 일부러 버렸는지 모릅니다. 때에 따라서는 얼마 쓰지 않고 버린 색종이도 있습니다. 지우개 하나, 연필 둘, 풀, 가위 하나는 아직도 내 필통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활동을 기다립니다. 색종이를 접어 예쁜 문양을 만들었습니다. 장난감도 만들었습니다. 가끔 낯 모르는 아이들이 인사합니다. 부모의 가르침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어린이에게 선물합니다. 우리의 미래입니다. 늘 학교의 운동장은 떠들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