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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어느 날

123. 상상 20221127

by 지금은

‘상상, 상상’


상상의 세계는 재미있습니다. 하나의 꿈입니다.


친구가 말했습니다.


“뭘 먹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친구는 식사 때도 아닌데 먹을 생각을 불쑥 꺼냈습니다. 오늘은 각자의 계획이 있으니 곧 헤어져야 합니다. 나와 식사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 친구는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이유 중에는 먹을거리가 하나 들어있습니다. 만남이 있을 때는 미리부터 음식을 떠올린답니다.


“오늘은 만나 무엇을 먹을까?”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같을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는데도 각자 취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모임,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있습니다. 무던한 마음의 소유자들이지만 취향은 조금씩 다릅니다. 위에 친구처럼 먹을 것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냥 만나는 것만으로도 신나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만나자마자 ‘술술’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국화, 팔공산, 그림 그려야지. 한 군데 진득하니 있지 못하고 식사를 끝내자마자 서성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볼거리를 좋아하는 친구입니다.


“이왕 만났으니 뭐 한 군데라도 둘러보고 가야 하지 않겠어.”


내가 이 경우입니다. 먹는 것도 친구와의 수다도 별로입니다. 시간이 허락되면 함께 계획한 곳을 둘러보거나 이곳저곳 생각나는 대로 쏘다니기를 원합니다.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다가 눈에 뜨이는 사람을 주목했습니다. 그는 매주 한 번씩 복권을 딱 한 장씩 산다고 합니다. 의아한 생각이 들어 끝까지 그의 말을 들었습니다.


사회자가 물었습니다.


“왜 복권을 사십니까. 당첨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 같은데.”


“사회자님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별을 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몇 년에 걸쳐 복권을 샀지만, 당첨된 것은 몇 번 되지 않습니다. 그것도 겨우 본전인 셈입니다. 그런데도 사는 이유는 일주일 동안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늘 나를 행복 속에 살게 합니다. 꿈을 이루리라 생각은 하지 않지만, 애인을 만나는 설렘만큼이나 즐거움이 있습니다.


‘당첨된다면…….’


무한의 상상이며 무한의 즐거움입니다. 무한의 행복입니다.


‘나도 한때는 그랬지.’


결혼 후에 육 개월 정도 복권을 꾸준히 샀습니다. 당첨되지 않은 복권이 아까워 책갈피 속에 촘촘히 끼웠습니다. 책의 내용보다는 즐거움이 가득 서린 행운의 꿈이 담겨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책장을 정리하다가 복권을 발견했습니다. 책을 나에게 건네며 말했습니다.


“허황한 생각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은행에 들어있어야 할 돈을 본전은 물론 이자까지 하늘로 날려버린 셈이라고 했습니다. 꿈을 접었습니다. 몇 주 동안 마음이 허전했습니다. 이번에는 틀림없이 나에게 행운이 돌아올 차례인데, 차례인데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습관의 결과였는지 모릅니다. 행동도 생각도 습관이 되면 단번에 고치기가 힘든 것은 분명합니다. 새 신발을 살 때마다 시경을 곤두세웠던 일이 있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신발의 바닥이 똑바로 닳지 않고 바깥쪽만 유난히 해졌습니다. 어느 날 동생이 내 신발을 보고 지적을 해주었지만 바르지 못한 걸음걸이는 쉽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내 기억 속에는 이를 고치기 위해 십여 년 이상을 신경 썼습니다.


그 후 나는 복권을 손에 쥐지 않았습니다. 한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텔레비전을 켰는데 복권 이야기가 나옵니다. 같은 사람이 아닌데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이 얼마나 행복한데요.”


그는 지난번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사람처럼 꿈을 꾸고 있습니다. 슬그머니 내 꿈도 살아납니다. 늘 달걀을 깨뜨리지만, 황금의 집에 사는 꿈을 꿉니다. 일주일이 지나면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지만 좋은 옷을 입는 상상도 즐겁습니다.


복권에 꼭 당첨되리라는 확신은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꿈이 피어나는 복권 한 장.' “복권, 얼마나 좋은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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