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작은 아이

56. 누에를 먹었어요.

by 지금은

형이 친구를 데리고 왔습니다. 누에 자랑하려고 한 일입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습니다.

“뭐, 뭐야.”

형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순간적으로 놀랐음이 분명합니다. 사랑방에서 키우는 누에 한 마리가 목구멍으로 넘어갔습니다. 형은 한동안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뜻하지 않은 일입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처럼 평소에 하던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어디서 누구에게 듣고 하는 말인지는 모릅니다. 가끔 누에가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집안 식구들에게 했습니다.

고모가 말했습니다.

“몸에 좋으면 너나 먹어봐라.”

“나는 아픈 곳이 없는데.”

호야는 늘 누에를 보고 자랐습니다. 봄이면 아버지가 면사무소에서 누에알을 가져왔습니다. 뽕나무가 고운 연두색 잎을 펼칠 때입니다. 큰 채반 위에 여린 뽕잎을 깔고 깨알보다도 더 작은 알들을 올립니다. 드디어 누에 농사가 시작되었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뽕잎을 따다가 누에의 섶에 올립니다. 성의를 아는지 누에는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누에의 한살이는 일반 곤충처럼 알, 애벌레, 번데기, 나방의 과정을 거칩니다. 알에서 갓 깨어난 누에를 개미누에라고 합니다. 넉 잠을 자고 나면 고치(번데기)를 짓습니다.

누에가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본 일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애벌레가 먹이를 먹을 때는 소리가 납니다. 비록 작은 벌레이지만 몇만 또는 수십만 마리가 동시에 뽕잎을 갉아먹으니, 소리가 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벌레가 커갈수록 소리는 방 안에 가득 찹니다. 겨울철 한밤중 사락사락 눈 내리는 소리를 연상케 합니다.

누에가 넉 잠을 자고 고치를 지으면 누에치기는 끝난 셈입니다. 고치를 거두어 가마솥에 넣고 삶습니다. 이런 날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곧장 집으로 달려옵니다. 호야가 맛있는 번데기를 먹어야 합니다.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파는 마른 번데기와는 맛을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입안에 넣고 콱 깨물면 통통한 몸이 깨지며 우유를 닮은 액체가 입안에 감돕니다. 번데기를 씹습니다. 고소한 맛이 납니다.

내가 서울에 올라와 처음 사촌 형과 남산 구경을 갔을 때입니다. 길을 가는 중 번데기를 파는 노점상 곁을 지날 때입니다.

“너 번데기 먹어봤니?”

맛이 있다며 사준 번데기는 시골집에서 먹던 것과는 외양부터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통통하고 쪼글쪼글 하고의 차이입니다. 육즙이 있고 없고의 차이도 있습니다. 묻는 말에 인사치레로 맛있다고 했지만, 호야가 기억하는 맛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촌 형도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호야 형이 친구에게 호기를 부렸습니다.

“나 누에 먹을 수 있다. 너도 먹어볼래.”

친구는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형은 아무렇지 않게 누에 한 마리를 혀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이때입니다. 친구가 장난 삼아 손으로 형의 턱을 툭 쳤습니다. 어느새 누에가 형의 목으로 사라졌습니다. 큰소리를 쳤지만, 누에를 삼킨 일은 처음입니다. 형과 친구는 동시에 당황했습니다. 몇 번 헛구역질했지만, 누에를 토해내지 못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입니다. 형이 고모에게 누에를 먹은 일을 말했습니다.

“무슨 거짓말을.”

“진짜야, 증인이 있는데.”

형은 호야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정말이니.”

고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울었어.”

자초지종을 들은 고모는 말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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