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작은 아이

57. 다래끼

by 지금은

“누가 장난한 거야.”

호야가 징검다리를 건너며 다리 위에 있는 작은 돌들을 발로 차서 물에 빠뜨렸습니다. 찰방찰방 소리를 내며 매끄러운 돌들이 튕겨 나갔습니다. 마지막 징검다리에서 쪼그려 앉아 세수했습니다. 소리 없이 흘러가는 물을 장난 삼아 찰싹찰싹 때려주었습니다. 소리에 놀라 돌 주위에 놀던 송사리들이 저만치 달음질칩니다.

정은이네 집을 지나치려는데 정은이의 모습이 울타리 사이로 잠깐 보이는 듯싶습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잘못 보았나.’

다른 때 같으면 내가 아는 척하기 전에 먼저 모습을 보이거나 말을 겁니다. 헛것을 본 게 틀림없습니다. 저녁을 먹을 때입니다. 형이 말했습니다.

“너 혹시 징검다리 건널 때 작은 돌이 놓여있는 거 보았니?”

“봤는데, 무심코 발로 차버렸지.”

“하나만?”

“아니 여러 개.”

형이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분명 정은 엄마가 정은이 눈다래끼를 떼서 돌 위에 올려놓을 거라고 했는데 여러 개라고. 그럼 눈다래끼가 도대체 몇 개라는 거야.”

형이 징검다리의 숫자를 헤아렸습니다.

‘정은이는 눈 다래끼가 일곱 개나 난 거야?’

아침에 학교에 갈 때 분명 왼쪽 눈꺼풀 아래에 하나가 보였습니다. 쳐다보기만 해도 옮는다는 말에 요즘은 정은이의 눈을 피해 학교에 갔습니다.

‘어찌 된 일인가.’

내가 징검다리 위의 돌을 차버린 후로 정은이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슬그머니 나를 피합니다. 다래끼가 사라졌는데 말입니다.

“돌멩이는 왜 찬 거야.”

할머니는 호야가 걱정입니다. 호야가 아침 일찍 눈을 뜨자 곁으로 바짝 다가오셔서 눈을 살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도 보셨습니다. 할머니가 얼굴을 살피자, 호야의 눈이 스멀스멀하는 느낌이 듭니다. 손을 들어 눈을 비빕니다. 할머니가 호야의 손을 끌어내리며 말씀하셨습니다.

“혹시 다래끼 나는 거 아닌가 보네.”

“할머니는…….”

동생이 말했습니다.

“다래끼를 돌려주면 안 될까.”

“어떻게?”

“다래끼를 돌멩이에 붙여서 정은이 누나네 사립문 앞에 놓아두면 되지.”

동생의 생각이 맞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더 두고 볼 일입니다. 열 밤을 잤습니다. 스무 밤을 잤습니다. 호야의 눈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대신 동주의 눈에 다래끼가 났습니다. 호야가 슬며시 물었습니다.

“너 요즈음 돌멩이 찬 일이 있니?

돌멩이를 만져본 일도 없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정은이와 눈 맞춤이라도 했냐고 물었지만, 고개를 저었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요즈음 다래끼가 유행하니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특히 손으로 눈을 비비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손톱도 짧게 자르라고 하셨습니다.”

듣고 있던 송내가 일어나 말했습니다.

“선생님, 눈 다래끼는 눈썹을 뽑아 돌멩이에 붙여서 사람이 다니는 곳에 놓으면 돼요. 돌멩이를 찬 사람에게로 옮겨간다는데요.”

“미신을 아직도 믿니? 얼굴과 손을 깨끗이 하면 되는 거야.”

집으로 돌아갈 때 나를 피하던 정은이가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환한 얼굴입니다. 그럼, 징검다리 위의 돌멩이를 찼던 날, 호야가 잘못 본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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