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불침
춘식이가 호야의 얼굴 가까이 주먹을 불끈 내밀었습니다.
“이 자식, 이걸 그냥.”
미처 생각하지 않은 상황에 호야는 깜짝 놀라 고개를 뒤로 젖혔습니다. 부릅뜬 눈과 주먹이 제자리를 찾아가자, 말했습니다.
“요까짓 것 가지고 뭘 그래!”
“그럼, 너도 불침 한번 맞아볼래?”
호야는 움찔했습니다. 친구가 낮잠을 자는 사이에 불침을 놓아 일어난 일입니다. 똑같은 말을 반복하자 두려움에 재빨리 방을 나왔습니다.
나쁜 짓은 빨리 배운다더니만 틀린 말도 아닌 듯합니다. 며칠 전 사랑방에서의 일입니다. 어른들이 우리 집에 마을을 왔는데 피곤하다며 일찍 잠이 든 아저씨 발등에 불침을 놓았습니다.
“앗 뜨거워.”
갑자기 깨어나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발등을 손으로 비볐습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습을 보고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습니다. 나도 따라 웃었습니다. 피곤한 아저씨는 불침을 놓은 범인이 누구냐는 말을 남겨놓고 다시 자리에 누웠습니다.
그 후로도 어른들 사이에 가끔 불침 장난이 있었습니다. 나도 불침을 한 번 맞았습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일로 몹시 따가웠습니다. 느낌이야 조금 다르겠지만 꼭 벌에 쏘인 것 같습니다. 손이 저절로 불침을 놓은 자리로 갔습니다.
불침을 놓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성냥개비에 불을 붙입니다. 어느 정도 불이 타올랐다 싶으면 재빨리 끄고 재가 되지 않도록 침을 묻힙니다. 침 모양의 검은 깜부기를 살 위에 살그머니 세워놓고 성냥불을 붙입니다. 불이 점차 아래로 번져나가 살에 닿습니다. 불침을 맞은 사람은 갑자기 일어난 일이니, 순간적으로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춘식이는 이후로 종종 불침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함께 놀다가 자신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하는 말입니다.
“너 그때 나에게 불침 놨지. 우리 엄마에게는 비밀로 했는데…….”
춘식이가 동생에게 불침을 놓았다가 엄마에게 매를 맞았다고 했습니다. 누구한테 배운 짓이냐고 다그쳤지만 입을 꼭 다물었다고 합니다. 춘식이 엄마는 화가 나면 호야 엄마보다 무섭습니다. 정은이 엄마보다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