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작은 아이

60. 굴렁쇠

by 지금은

수수알이 붉게 여물었습니다. 수수깡도 따라 여물었습니다. 수숫대를 잘랐습니다. 호야는 오늘부터 굴렁쇠를 굴리면서 학교에 가기로 했습니다.

어제는 일요일이어서 하루 종일 굴렁쇠를 굴렸습니다. 굴렁쇠가 자꾸만 넘어집니다. 굴렁쇠의 채가 굴렁쇠를 잘 따라가지 못합니다. 호야의 굴렁쇠는 중심을 잘 잡지 못합니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듯 섰다가 넘어지기를 반복하고 조금 구르다 넘어집니다.

‘에이, 동완이 굴렁쇠는 말을 잘 듣는데…….’

동완이 굴렁쇠는 키가 큽니다. 호야의 것에 비하면 어른입니다. 굴렁쇠의 채도 좋습니다. 수수깡 대신 굵은 철사로 만들었습니다. 동완이 굴렁쇠를 굴려봤습니다. 마음씨 착한 친구는 굴렁쇠를 종종 나에게 빌려줍니다.

학교에 갔습니다. 교실에는 친구들이 한 명도 없습니다. 굴렁쇠가 넘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뛰다 보니 학교에 일찍 도착했습니다. 오는 동안 굴렁쇠가 자꾸만 넘어지고 길이 아닌 곳으로 달아나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져오지 말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각하면 어쩌나 했는데 너무 일찍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운동장에서 굴렁쇠를 굴려봐야 합니다. 책보자기를 책상 위에 놓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굴렁쇠가 내 말을 잘 듣습니다. 돌멩이 하나 없는 평평한 운동장, 굴렁쇠는 안심이 되나 봅니다. 호야의 마음을 미리 알아차립니다. 호야가 원하는 대로 굴러갑니다. 두 바퀴나 돌았어도 굴렁쇠는 넘어지지 않습니다. 한 바퀴, 두 바퀴, 열 바퀴도 더 돌았나 봅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는 했지만, 집에서 올 때 비하면 힘이 들지 않습니다.

“호야, 제법인데.”

우리 반 제기차기 왕인 명식이가 다가왔습니다. 정말 제기차기 왕입니다. 신기록은 오백 두 번입니다. 두 번째 왕인 동석이가 삼백 스물여섯 번이니 차이가 크게 납니다.

명식이가 내 굴렁쇠를 받아서 들었습니다. 몇 발짝 옮기지 못했는데 굴렁쇠가 넘어졌습니다. 한 바퀴 도는 동안 스무 번도 더 쓰러졌습니다.

“에이, 굴렁쇠라고는…….”

호야가 받아 들고 굴렸습니다.

“어, 이게 주인을 알아보네.”

호야의 굴렁쇠는 친구들의 것에 비해 볼품없이 작습니다. 친구들이 호야와 닮았다고 놀립니다. 하지만 내 굴렁쇠를 나만큼 잘 굴리는 친구는 없습니다.

지금부터 내년 운동회 날까지 굴렁쇠를 굴리며 집과 학교에 오가기로 했습니다. 지각하지 않아서 좋고 달리기 연습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내년에는 달리기 시합에서 일등을 할지도 모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굴렁쇠가 힘들어합니다. 아침의 내리막길에 비해 오르막길이 많습니다. 아침에만 해도 호야를 뿌리치고 길이 아닌 곳으로 달아나던 굴렁쇠는 힘에 부쳤는지 얌전해졌습니다. 호야는 굴렁쇠를 열심히 밀어주었습니다. 힘겹게 오르다 조금만 돌멩이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피식’하고 넘어지기 일쑤입니다.

‘점심을 굶어서 그런 거야?’

호야도 점심을 먹지 못했습니다. 개울가에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징검다리에 엎드렸습니다. 소가 물을 먹는 흉내를 냈습니다. 입으로 물을 쭉 빨아들였습니다. 세수도 합니다.

‘너도 덥지.’

굴렁쇠를 씻겨주었습니다. 호야가 굴렁쇠와 함께 일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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