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금은 Nov 18. 2024

2021 그날

23. 기다림에 관하여(인연의 끈에 이끌려) 20210402

집 앞의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계절은 어느새 4월을 말해줍니다. 겨울을 이겨내는 기다림이 있어서입니다.


오늘은 그림책 강의를 듣는 중입니다. 책의 제목이 「나는 기다립니다」, 「고래가 보고 싶거든」입니다. 「고래가 보고 싶거든」은 기다림에 관한 것이고 「나는 기다립니다」는 인연의 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좀 산란했나 봅니다. 제대로 마음의 정리를 못 했습니다. 수강생분들과 화상을 통한 소그룹  만남이 있었지만, 두서없는 말을 했습니다. 가족, 형제간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말을 잘 지으려고 했으나 생각과는 달리 매듭을 짓지 못했습니다. 큰 틀에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마음과는 달리 단편적인 생각에 머물렀습니다.


가족, 가족은 잘나도 못나도 가족입니다. 그 속에는 희로애락의 삶이 들어있습니다. 나는 수강생들 앞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족의 끈이라는 이유로 끈의 가장자리를 놓지 못하는 형제들이 삶, ‘잘 난 형과 못난 형, 못난 형과 잘난 동생’의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가족 이야기이면서도 남 가족의 이야기도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우나 고우나 잘 지내자는 뜻입니다. 말을 해도 될지 모를지 확신이 서지는 않지만 내가 알고 있는 이웃집 형제의 생활상을 간추려 보려고 합니다.


형이 직장을 다니면서 좋지 않은 길로 빠진 일이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동료들과 노름에 미쳤습니다. 횟수가 잦아들자, 자신의 급료를 모두 탕진했습니다. 이만이 아닙니다. 부모가 어렵게 불려놓은 재산의 일부도 없애게 되었습니다. 이를 안 동생은 형을 형같이 여기지 않았습니다. 집안에서도 한동안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역전된 상태입니다. 철이 든 형은 마음을 다잡고 성실한 생활을 하여 퇴직과 함께 안전한 삶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동생은 바른 삶을 이어왔지만, 어려운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아내가 주식으로 재산의 일부를 탕진했습니다. 동생은 동생대로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형을 형같이 여기지 않던 동생입니다. 이제는 동생을 동생같이 여기지 않은 형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골이 깊었나 봅니다. 서로의 왕래는 물론 전화도 없는 듯합니다.


우리 주위에는 가족 간의 우애가 돈독한 집안도 많이 있지만 위와 같은 비슷한 불화로 인하여 싸움이 잦거나 서로의 왕래를 끊은 경우도 있습니다. 가끔 이런 일로 인하여 심심찮게 신문방송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됩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보이지 않는 끊을 몇 개씩 지니고 살아갑니다. 부부간의 끈, 부모와 자식 간의 끈, 형제자매 간의 끈, 친구 간의 끈, 넓게는 사회, 국가 간의 끈을 서로 잡고 있습니다. 이 끈들은 다양합니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사용했던 동아줄처럼 굵고 튼튼한 끈이 있고 또 무명실과 같이 가느다란 끈도 있습니다. 때로는 고물 줄처럼 신축성이 있는 끈도 있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세상의 많은 끈들 중에 동아줄이나 질긴 고무줄 같은 끈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서로 안정감 있게 잡을 수 있는 끈을 말합니다.  때로는 고무줄처럼 서로 늘일 수 있고 때로는 한쪽으로 기울어지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상태의 끈이면 좋겠습니다. 그 끈에는 희로애락이 녹아들어 질기고 부드러운 것이기를 기대합니다. 야구에서 구 회 말을 이야기하듯, 개인이나 가족에게도 희망의 노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상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김치나 장이 맛을 간직하기 위해 숙성을 기다리고, 식물은 꽃을 피우기 위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기다립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좋은 글 한 편을 남기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립니다. 앞으로도 기다림의 연속이겠지요.

작가의 이전글 2021 그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