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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은 Nov 20. 2024

2021 그날

38. 숨김에 대하여 20210419

‘비밀이 있습니까. 숨기면 비밀이지요.’ 뭐 숨길 게 있습니까. 있습니다. 때로는 숨겨야 할 것이 있기도 하고, 설명하기가 좀 곤란하다 생각되어 거짓 아닌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호기심이 많습니다. 경험 부족에서 오는 궁금증이 많습니다. 말할 나이가 되면 이것저것 참견을 하고 묻기에 바쁩니다.


“이게 뭐야, 저건 뭐야.”


조금 지나면 미처 생각지도 않은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내가 지금 말하려고 하는 것은 탄생의 비밀입니다.


어느 날 삼촌에게 물었습니다. 대부분 아이는 어머니에게 묻곤 하지만 나는 좀 달랐습니다.


“아기는 어디로 나와?”


“그야, 배꼽으로 나오지, 뭐.”


잠시 망설이던 삼촌이 말했습니다. 나는 알았다는 신호로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곧 옷을 들치고 내 배꼽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고개가 갸우뚱합니다. 삼촌의 배꼽도 보았습니다.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작은 곳으로……. 나중에 할머니의 배꼽도 보았지만 작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며칠 전 탄생의 비밀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내 연배가 되는 여인의 초등학교 때의 이야기입니다. 시집간 언니가 아이를 낳으려고 집에 왔습니다. 산통이 시작되자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언니가 애를 낳으려고 하니 이웃집 친구네 가서 자고 와.”


평소에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그녀는 어머니께 물었지만, 대답은 내가 삼촌에게서 들은 것과 같았습니다. 이웃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궁금합니다. 슬그머니 뒤꼍 창가로 다가갔습니다. 숨을 죽여 가며 문틈으로 언니의 애 낳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며칠 후입니다. 학교에서 탄생에 관한 공부를 했던 모양입니다. 친구 중에 한 아이가 위와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담임선생님도 머뭇거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배꼽으로 낳지, 뭐.”


친구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광경을 보던 주인공은 ‘푹’하고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얼굴이 마주친 담임선생님의 얼굴이 순간 빨개졌습니다.


‘그게 아닌데…….’


그렇다고 진실을 말을 할 수가 없었답니다.


나는 사람이 아이를 낳는 것을 직접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작은어머니와 고모가 우리 집에서 아기를 낳았지만 가까이 갈 수가 없었습니다. 아기를 볼 수 있는 것도 일주일이 훨씬 지나서입니다.


나는 그 이후로 누구에게도 사실을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알게 되었습니다. 짐승으로부터입니다. 시골에서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나 돼지와 가까이하게 되었고 새끼를 낳는 것을 도와주는 어른들 곁에서 심부름하기도 하였습니다. 고학년이 되면서 더욱 궁금했던 의문도 풀렸습니다.


‘어떻게 해서 새끼를 가질 수 있나.’


봄이면 개, 돼지, 소를 비롯한 짐승들이 구애를 시작합니다. 자연스레 짝짓기 합니다. 갇혀 지내는 동물들은 사람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렇다고 탄생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비밀이 하나둘씩 없어지는 것입니다.


‘아이를 어떻게 낳느냐고요.’


인터넷으로 알아보면 됩니다. 아이들에게 금기시되던 아이 낳는 모습이 생생하게 화면으로 드러내 보입니다. 몇 년 전에는 한 산모가 수중 분만을 하는 것을 공개해서 시청한 일도 있습니다.


탄생!


다 아는 일이지만 아직 내가 그 모습을 보지 못했기에 궁금합니다.


‘때가 되면 다 아는 거야.’


그렇습니다. 다 시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너무 서두르다 보면 탈이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즈음 세상이 참 시끄럽습니다. 너무 숨겨서 곤란하기도 하고 너무 드러내서 시끄럽기도 합니다. 감춤과 드러냄은 어디까지인지 가늠이 안 되는 일이 많습니다. 어떻게 말할까요. 적당한 감춤이고, 적당한 드러냄이어야 한다고 얼버무려야 할까요.


모를 일입니다. 살다 보니 나는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저 아무 일이 없이 좋은 일만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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