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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21. 목련 20210709

by 지금은

비가 옵니다. 기상예보관의 말대로 늦은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유리 벽에 빗방울이 옹기종기 붙었습니다. 실내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가련한 눈망울입니다.


바람이 불었습니다. 내가 왜 갑자기 사월의 목련을 떠올리는지 모를 일입니다. 바람의 영향인지 비의 무게인지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툭’하고 시멘트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차가 지나갔습니다. 우산을 쓴 사람이 지나갔습니다. 후줄근한 강아지도 지나갔습니다. 빗물이 가장자리를 쓸고 갑니다. 고기의 지느러미처럼 목련의 잎이 들썩입니다. 그냥 울적합니다.


맑은 날입니다. 햇살이 쏟아지는 아래 마음껏 피어난 모습이 아름답기보다는 슬픕니다. 너무 하얘서, 너무 해맑아서……. 사월이 갑자기 슬퍼집니다. 아니 그보다 지금 슬픕니다.


며칠 전입니다. 공원을 걷다가 익을 대로 익어 떨어진 살구를 보았습니다. 부드러운 풀밭에 떨어졌는데도 이미 제 모양을 잃어갑니다. 가지에 매달려 있던 고운 자태는 온데간데없습니다. 흠집투성이입니다. 몸이 검은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더니 모든 생물의 삶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눈이 찡그려집니다. 꿈이 과거로 걸어갔나 봅니다.
이럴 때는 음악만 한 것이 없습니다. 웃는 얼굴만큼 좋은 것도 없습니다. 가사는 무시하고 듣는 겁니다.
‘오불라디 오불라다(OB-LA-DI OB-LA-DA)'
그냥 웃어보는 겁니다.
그냥 웃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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