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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22. 쑥버무리 20210709

by 지금은 Nov 29. 2024

쑥을 뜯어왔습니다. 이 철에 웬 쑥이냐고 합니다.


“생각보다 부드럽네.”


아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봄 쑥도 아니고 여름 쑥은 억셉니다. 뜯을 시기를 놓친 겁니다.


“내가 쑥을 보는 눈은 있지.”


허튼소리라고 생각했는지 더는 말이 없습니다.


요즈음도 관심을 기울이면 여린 쑥은 있습니다.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풀들이 제 모습대로 자라기가 어렵습니다. 깎고 또 깎기를 반복합니다. 잘린 가지 사이로 어느새 움이 올라왔습니다. 햇볕이 조금 가린 곳이면 보드라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내는 쑥을 몰랐습니다. 씀바귀, 고들빼기, 냉이……. 그럴만합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만 자랐습니다. 식물들에 대한 상식이 없습니다. 흔히 보는 식물의 이름을 알려주기 위해 틈만 나면 손가락질했습니다. 이것은, 요것은 하고 말입니다. 쑥에 대한 손질과 음식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완전히 구별하는 것은 쑥, 냉이, 달래 등 몇 가지가 입니다. 그중에 아내가 으뜸으로 치는 것은 쑥입니다.


어느 날 쑥 개떡과 쑥버무리를 했습니다. 모를 일입니다. 먹어보기만 했지, 만들어 본 일이 전혀 없다던 그가 내 눈앞에 접시를 내밀었습니다. 어릴 때 먹던 맛입니다.


“어떻게 된 거야.”


“비밀.”


쑥 개떡, 쑥버무리 노래를 해서 스마트폰에서 방법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이렇게 쉬운 걸 가지고 고민했다며 다음을 기대하라고 했습니다. 쑥국을 끓였습니다. 도다리가 있어야 하는 데 아직 철이 아니라고 눈치를 살핍니다.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표정이 통했나 봅니다.


“언제든 말만 하세요.”


냉장고를 가리켰습니다. 자신 없어하던 그녀는 이제 어머니를 지나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음식 솜씨도 같이 변하나 봅니다. 음식 투정을 한 지가 오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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