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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23. 장난감 20210709

by 지금은 Nov 29. 2024

골프공 세 개를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섰습니다. 한동안 방 안에서 어린아이처럼 공을 데굴데굴 굴렸습니다. 화분가에 놓아두면 장식이 될 것 같아 받침 위에 놓았습니다.


“뭐 지저분하게 이것저것 늘어놓아요.”


그 말에 공을 바닥에 굴리며 며칠 놀았습니다. 화분가에 떨어진 꽃잎을 치우고 일어났습니다. 가지고 놀만큼 놀았으니, 제자리에 돌려줘야 합니다. 오랜만에 가보는 골프장 주변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나는 골프를 칠 줄 모르지만, 가끔 그곳을 지나칩니다.


어느 날 밖으로 튀어나와 길가에서 잠자는 공을 주워 가지고 왔습니다. 외양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차이가 났습니다. 당구공처럼 매끄러운 것이 아니라 동글동글 요철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크기에 비해 무겁습니다.


집에 와서 굴려보니 둔탁한 느낌과 함께 마찰음 소리가 납니다. 왜 외양이 매끄럽지 않고 요철이 있나 알아봤더니 공기의 저항을 줄여 멀리 가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골프의 규칙과 기구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놀 만큼 놀았으니 돌려줘야 합니다.


테니스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잠시 갖고 놀다가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가져다 놓는 것도 주워 오는 것만큼이나 신경이 쓰입니다. 혹시 오해를 살까 조심스럽습니다.


“뭘 주워 와요. 필요하면 사지. 얼마나 된다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며칠 가지고 놀자고 사기는 그렇습니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세상이 원리원칙만 따지는 세상이니 어릴 때 생각은 그만두어야겠습니다. 이 나이에 누가 동심을 가졌다고 믿을 텐가요. 잘못하다가는 오해받기 십상입니다.


골프공을 반납하는 대신 운동장 가 풀 속에서 야구공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며칠간 내 손과 놀아야 합니다. 나는 아직도 어린아이의 본성이 남았나 봅니다. 오는 길에 클로버꽃을 따서 팔찌를 만들어 손목에 찼습니다. 꽃반지 두 개는 손에 들었습니다. 꼬마가 눈에 띄면 손가락에 매어줄 심산입니다.


오늘의 계획은 어긋났습니다. 집에 들어설 때까지도 아이 구경을 못 했습니다. 집에 와서 소꿉장난했습니다.


“여보 꽃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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