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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24. 천둥벌거숭이 20210710

by 지금은 Nov 29. 2024

장마철입니다. 올해는 우리 고장의 하늘이 조용하다 싶었는데 간밤에 천둥 번개가 찾아왔습니다. 한밤중에 건물을 흔드는 소리가 나의 잠을 깨웠습니다. 세찬 소나기도 앞세웠습니다. 춥다는 생각에 열린 창문을 닫으려는 찰나 다시 한번 번개와 천둥이 주위를 흔들었습니다. 멈칫하고 손이 잠시 얼어붙었습니다. 마치 번개가 나를 확인하고 천둥은 나를 날려버릴 것만 같습니다.


어릴 때의 일입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 천둥과 번개가 연이어 찾아오고 바람이 등잔불마저 꺼버렸습니다. 암흑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이불속으로 숨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놀람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놈에 천둥은 꼭 내 가슴만 때립니다.


놀람은 나뿐만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이나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천둥이 치면 누구나 놀람과 두려움에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천둥이 쳐도 두려워하지 않고 하늘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곤충이 있습니다. 바로 빨간 고추잠자리입니다. ‘천둥벌거숭이’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겁 없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혹시 귀머거리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변변하지 못했습니다. 할머니가 맨몸으로 밖을 쏘다니는 아이에게 천둥벌거숭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혹시라도 다칠까 봐, 감기라도 걸릴까 봐 염려되어하는 노파심입니다.


“천둥벌거숭이 같으니라고.”


아이들은 듣는 둥 마는 둥 즐겁게 뛰노는 일에만 정신이 팔립니다. 재미가 있는 것에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마련입니다. 번개와 천둥이 찾아오면 나는 만석이라는 친구를 떠올립니다. 이 친구는 홍수가 나면 신이 나서 고기를 잡으러 갑니다. 눈이 무릎까지 빠지면 사냥하러 갑니다.


“천둥·번개가 별건가요. 죄 없으면 괜찮아요. 하느님의 재채기인걸요.”


동네 사람들의 쉼터이며 숭배의 대상이던 개울 건너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그넷줄과 함께 벼락을 맞았다. 죄가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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