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1 그날

39. 좋다는 의미 20210714

by 지금은

날씨에 대한 관심은 늘 내 안에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일기가 말해줍니다.


“오늘의 날씨. 맑음”


맨 윗줄에 자리 잡았습니다.


방학 때는 날씨를 기록하는 작은 칸이 나를 괴롭혔습니다.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한 달이 지났습니다. 개학을 앞두고 밀린 일기를 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에이, 날씨라도 기록해 둘 걸.’


마음대로 적었다가는 탄로 날 게 틀림없습니다. 이럴 때는 친구라도 옆에 있으면 좋으련만, 똑똑한 고모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그걸 다 어떻게 기억하니, 어제는 흐렸고, 그저께는 맑음.”


할머니가 아침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심난해하셨습니다. 햇살이 쨍하고 앞마당에 내렸습니다.


“할머니! 날씨가 좋지요?”


고개를 저으셨습니다. 가뭄이 방학보다 길었습니다. 밭에 심은 담배잎이 오그라들어 말라가고, 논바닥이 소나무 등처럼 갈라졌습니다.


“비가 흠뻑 내려야 좋은 날씨지. 햇무리라도 생기면 좋으련만.”


오늘의 날씨. 맑음

날씨에 관한 할머니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르다. 좋다는 말은 참아야겠다.

아침부터 무덥다. 한 줄기 소나기라도.

머리가 뜨겁다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1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