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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40. 기도 20210715

by 지금은 Dec 01. 2024

기도합니다.


‘무덥지 않은 여름을 보내게 해 주소서.’


며칠 사이에 코로나 전염병 확산이 심해졌습니다.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데 날씨라도 도움을 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효과가 없나 봅니다.


장마가 시작되는 줄도 모르고 끝나는 줄도 모르는 사이에 하늘이 뜨거움을 드러냈습니다. 열대야가 시작되었습니다.


“거실 창문 가까이가 좋아요.”


반가운 소리입니다. 더위에 쩔쩔매는 나를 두고 아내가 하는 말입니다. 침대에서 자다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 나이에도 갱년기가 지속되고 있는지 열이 오르내립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 땀이 유난히 많습니다. 기온이 오른다 싶으면 온몸이 끈적끈적해집니다.


잠에서 깨어보니 시원한 바람이 머리맡을 맴돕니다. 해가 비치기 전이기도 하지만 기온이 낮아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아내는 어느새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불 앞에 선 뒷모습이 더워 보입니다. 마음속으로 말했습니다. 이렇게 더운데 아침을 생략하면 어떻겠느냐고. 이내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아들이 출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샤워 소리가 시끄러우면서도 시원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자식 정이 뭔지, 아침을 거르고 보내서야 하겠는가.’


각자 접시를 하나씩 들었습니다. 아들은 아들 방으로, 아내는 서재로, 나는 거실에. 이 더위에는 흩어지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갑자기 주기도문이 떠오릅니다.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잊고 지냈습니다. 혼자라도 기도해야겠습니다. 우리에게 일용할 음식을 주시고, 그보다 마침 기도가 좋겠습니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수고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씨를 뿌리고 김매기를 하며 잡초를 제거하고 수확의 노동을 한 농부들, 수확한 과일과 채소와 곡물을 수거하고 판매하는 모든 분. 아침부터 뜨거운 불 앞에서 음식을 만든 아내가 있어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나를 있게 한 부모님, 하느님께도 감사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모양입니다. 코로나와 무더위도 잠깐 뿐이기를, 이 여름은 모든 이에게 기분 좋은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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