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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55. 삶은 희망이어야 한다. 20210722

by 지금은 Dec 02. 2024

이 나이에 슬픈 이유는 한계를 알아버렸기 때문일까. 꿈을 꾸지만 꿈을 펼칠 시기가 지나버린 게 아닐까요? 몸과 마음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생각만큼은 싱싱했습니다. 뭔가 마음만 먹으면 될 것만 같은데 여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넓어지는 느낌입니다. 채워진 것들도 흐트러짐이 보입니다.


이제는 생활의 하나하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것은 도전 의식입니다. 어려움이 예상되면 부딪쳐 보기 전에 지레 겁을 먹고 피하려고만 합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까. 문득 부끄러운 생각도 듭니다. 우울증이 시작되려는 게 아닌지, 일부러 고개를 좌우로 크게 흔듭니다.


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산길을 걷다가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바위 절벽에 새끼손가락만 한 새싹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가까이 보니 소나무입니다. 갈라진 바위틈 사이에 몸을 의지했습니다. 모양만 갖추었을 뿐이지 태아나 다름없습니다. 눈 사이로 얼굴을 내민 복수초를 보고 희망을 얻었기 때문일까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을 보고 삶의 용기를 얻는 예도 있습니다. 우뚝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끔  삶의 힘을 얻었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어린 소나무를  보니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성장을 위해 겨우내 준비하고 있었음이 틀림없습니다. 푸름을 간직하기 위해 앞으로도 집념을 가지고 어려움에 도전할 것입니다. 느린 성장이기는 해도 멋진 모습을 그려야 합니다. 작은 생물들이 땅속에서 가지 사이에서 꿈을 부풀립니다. 매서운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조금만, 조금만 더 하고 봄을 노래합니다. 새 생명은 언제나 예쁩니다.


오늘은 중복입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더위만큼이나 나무와 풀들은 왕성한 기운으로 자태를 자랑합니다. 인내와 도전 정신의 결과입니다. 민들레는 이미 결실을 보고 또 다른 곳을 향해 여행을 떠났습니다. 앞으로도 모든 생명체는 인내의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나도 이들과 같이 언제나 여름이 되고 싶습니다. 백세시대에 내 풋풋함이란 무엇일까. 도전입니다. 늙었다는 핑계 대지 말고 뭔가 해보는 겁니다. 코로나19가 세계인의 삶을 짓누르면서 대면의 폭이 대폭 줄었습니다. 얼굴을 마주하던 많은 일들이 비대면의 세계로 빠져들었습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웬만한 일은 인터넷으로 해결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노인들입니다. 밖을 나가면 무인기들이 나를 기다립니다. 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 영화관이나 음식점 등 그 분야가 점점 확대되어 갑니다. 인건비 절약의 차원입니다. 나의 마음과 손은 실패의 연속입니다. 내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기도 합니다. 그마저도 어려울 때는 어쩔 수 없이 직원의 도움을 청합니다. 창피한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부딪치지 않으면 영원히 창피함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체면 때문에 죽음을 택한 사람이 있습니다. 책 속의 어느 유명 인사입니다. 그는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많은 사람의 본보기가 되고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중대한 사건에 연루되었습니다. 연설문이 화근입니다. 판사는 자기 연설문이 진짜인지 확인을 위해 읽어보도록 했습니다. 원고를 손에 들고 주춤거렸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똑똑하기는 하지만 그는 글자를 전혀 읽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원고의 내용은 가짜다.’


그 사람을 모함하기 위한 반대편이 꾸며낸 계략이었습니다. 당신의 원고가 맞는가 하는 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죽었습니다.


봄부터 그림책을 꾸며봤습니다. 「내 이름은 민들레」 한 달 후면 책이 내 손에 쥐어집니다. 잘 살기 위해서는 도전해야 합니다. 움직이지 않은 삶은 의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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