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3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021 그날

60. 개미와 베짱이 20210725

by 지금은 Dec 03. 2024

베짱이는 기분이 나쁘겠습니다. 왜 하필이면 그 많은 곤충 중에서 게으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동화를 알게 된 이후 지금까지는 이름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고 내용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인물의 생김새나 행동 또는 소리와 관계가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어제 길을 걷다가 갑자기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이 이야기를 여러 차례 읽었습니다. 어른들로부터도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의미 속에는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는 훈계가 담겨있습니다. 개미는 부지런할까? 남의 말 그대로 느껴집니다. 개미의 활동을 눈여겨보면 무엇인가 늘 바빠 보입니다.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본 일이 없습니다. 움직임을 보면 부지런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정신이 없다고 해야 할까 항상 분주합니다.


어린 시절입니다. 나는 베짱이를 보면 잡아서 가지고 놀았습니다. 베짱이는 개미처럼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개미와 베짱이는 생김새나 삶의 모습이 전혀 다릅니다. 베짱이는 여치와 귀뚜라미, 메뚜기와 비슷합니다.


의문이 생깁니다. ‘개미와 귀뚜라미’, 또는 ‘개미와 여치’라고 제목을 붙이지 하필이면 ‘개미와 베짱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울음소리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베짱이였다면 기분이 나쁠 일입니다.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말 그대로 견우는 소를 치는 남자이고, 직녀는 옷감을 짜는 여자입니다. 둘은 원래 부지런했습니다. 사랑이 너무 지나쳤는지 둘은 결혼 후에 일을 게을리했습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옥황상제가 벌을 내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베짱이는 억울합니다. 직녀와 베짱이는 동급입니다. 둘 다 옷감을 짜니 하는 말입니다. 베짱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여진 이름은 아닌 듯싶습니다. 장인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붙인 이름이 아닐까요. 혹시 베짱이는 결혼해서 사랑에 빠진 나머지 직녀처럼 게으름을 피우는 것일까요? 그렇게는 하다고 해도 실력자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게으름의 대명사라니 기분이 나쁘겠습니다. 직녀는 게으르다고는 해도 사람들의 동정을 받고 있습니다. 옥황상제의 딸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일 년에 한 번은 견우와 오작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만남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나도 포함됩니다. 음력 칠월 초이레 밤에 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만남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때마다 날씨가 흐려질게 뭐람, 빗방울이 날리는 날도 있습니다.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반가움에 흘리는 눈물 때문에 그런 거겠지.”


칠월 칠석 다음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왜 대머리예요.”


“이 녀석들, 그것도 몰라. 해마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도록 까치와 함께 다리를 놔주느라 그렇지.”


베짱이는 기분이 나쁩니다. 노래를 잘 부르는데 자그만 동정심이라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오래전부터 노래도 직업이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2021 그날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