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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68. 아쉬움도 선물입니다. 20210730

by 지금은 Dec 04. 2024

휴일이나 방학이 끝날 때면 종종 아쉬움이 남습니다. 며칠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학의 경우 더 그렇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일기 쓰기와 숙제를 다 하지 못했습니다. 이틀 밤을 새우다시피 했지만, 아직도 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습니다. 일주일만 더 연장되면 마음 편히 과제물을 들고 학교에 갈 수 있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 선생님께 꾸중 들을 각오를 했습니다. 다음 방학에는 숙제를 미리 다 해결하고 놀겠다고 마음먹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친구 집에 놀러 갔습니다. 부모님이 두 밤만 자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친구와 놀다 보니 낮과 밤이 어느새 한나절처럼 쉽게 지나가 버렸습니다. 더 놀다 가면 안 되겠느냐고 했지만, 부모님은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하룻밤이라도 더 자고 가면 좋겠는데 아쉬움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와 비슷한 일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이 느낍니다. 위의 경우 외에도 음식에 관한 것이 있습니다. 맛있어 더 먹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그만두어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먹을 것이 떨어진 경우가 있고 과식하면 탈이 날까 봐 자의든 타의든 멈춰야 하는 때도 생깁니다. 아쉽습니다. 나도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 나이에도 식탐이 있어 늘 더 먹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하기도 합니다. 나는 요즈음 건강관리에 소홀했는지 건강수치가 기준 이하입니다.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는데 몇 년 전부터는 주의나 경고의 항목이 점차 늘어났습니다. 당뇨 경고, 콜레스테롤 경고, 고혈압 주의……. 의사가 운동 부족이니 근력운동을 하라고 했습니다.


군것질하려다가 주춤합니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더 먹고 싶지만, 가족의 눈치를 보며 포기합니다. 나도 모르게 입맛을 한 번 더 다십니다. 목젖이 꿈틀댑니다. 오후에 아들이 맥주를 사 왔습니다. 아들은 술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내 생각을 했나 봅니다.


“더위 식히세요.”


식구끼리 맥주 한 캔을 나눠마셨습니다. 내가 삼분의 이를 건네받았습니다. 시원한 맛에 더 마시고 싶었지만 그만두었습니다. 아쉬운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내 주량을 알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먹었으면 할 때 그만두어야 했는데 젊어서는 자제력이 부족했습니다. 술이 깨고 나면 뒤끝이 개운치 않습니다. 속이 더부룩하고 머리가 아픕니다.


갑자기 ‘계영배’ 생각이 났습니다. 계영배란 가득 참을 경계하는 술잔이라는 뜻입니다.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술이 일정 높이 이상 차오르면 술이 모두 새어 나가도록 만든 잔입니다. 절주를 일깨우기 위함입니다. ‘과유불급’ 즉 끝없는 욕심과 지나침을 경계하는 선조들의 교훈이 담겨있습니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계영배가 전설의 잔인 줄로 알았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계영배를 판매하는 곳이 있습니다. 효용의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절주 하기가 어려운 사람이라면 사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도 하나 살까 망설이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욕심은 잔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오로지 마음만이 할 수 있습니다.

아쉬움은 선물입니다.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남아야 합니다. 과욕으로 인해 질리거나 물리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다음을 위해 선물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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