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5. 세상에서 중요한 것 20230124

by 지금은

마지막 달력을 넘긴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새 달력의 첫 장을 넘겨야 할 때가 돌아옵니다. 지난 12월처럼 불과 며칠이 지나면 1월이라는 이름이 물러가게 됩니다. 어렸을 때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느니, 세월이 화살과 같다느니 하는 어른들의 말씀을 머리에 새기지 않고 지나쳤습니다. 나이에 비례해 시간의 속도가 빠르다는 말도 우습게 받아넘겼습니다.


‘시간이 가는 거야 다 같은 것이 아니겠어, 누구의 시간은 빠르고 누구의 시간은 느리다는 게 말이 안 되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모든 것이 뜻대로 될 것만 같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또래들과 어울림에서 가끔은 나이를 부풀려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 늦게만 여겨지던 시간의 흐름이 어느 순간에 빠름을 알았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점차 피부에 와닿습니다. 월요일이지 했는데 어느새 토요일이 되고 일요일을 넘기고 다시 월요일이 됩니다. 날짜가 바뀌는 것만큼이나 절기의 바뀜과 계절의 바뀜도 빨라졌습니다.


어제는 외출하고 돌아왔는데 집 앞의 매실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느새 봉오리가 통통해졌습니다. 봉오리의 흰 속살이 부풀어 꽃잎의 윤곽이 드러납니다. 이 추위에도 봄을 맞을 채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모든 생물에게 시간이 중요한 것처럼 우리에게도 시간은 귀중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나의 성공 여부가 드러납니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시간, 하루는 공평하게 24시간입니다. 정해진 일정한 속도로 흐르는 시간은 아무리 재주가 좋은 사람이라도 정지시키거나 잡아둘 수 없습니다. 잘난 사람이라 봐주는 것도 없고 못난 사람이라 해서 봐주는 일은 없습니다. 재물은 없다가도 있을 수 있고, 돈도 없다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에 반해 시간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늘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게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이 무한하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흘러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알아야 합니다.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돈이나 재물처럼 빌리거나 빌려줄 수가 없습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이제야 시간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하지 못하면 내일 하지.’


방학 때 숙제를 미루던 여유 만만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학을 앞두고 허둥대던 일이 떠오릅니다. 이제는 여유를 부릴 마음도 시간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을 내일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는 강박 관념에 종종 마음을 졸입니다.


버릇을 들이기로 했습니다.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시간을 함부로 낭비하지 말자.’


부족한 삶을 메우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그림도 그려봅니다. 음악에도 관심을 둡니다. 자연에도 말을 걸어 보고 마음을 둡니다. 요즘은 시간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시간을 아끼라고 합니다.


문득 조각보를 떠올렸습니다. 인사동 거리를 구경하다 색색의 조각보를 발견했습니다. 순간 어렸을 때 시골에서 개다리소반을 덮은 조각보가 눈에 선합니다. 인사동의 조각보와는 달리 색이 허여스름한 조각보입니다. 할머니나 어머니가 만드셨음이 틀림없습니다. 옷을 만들고 남은 귀퉁이의 천들을 이어 붙인 보자기입니다. 음식에 먼지나 이물질, 혹은 벌레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음식 그릇 위에 덮었습니다. 보잘것없는 작은 천들이 모여 하나의 쓸모 있는 보자기가 되었습니다.


시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긴 시간은 긴 시간대로 가치가 있고 자투리 시간은 나름의 쓸모가 있습니다. 조각보처럼 모은다면 도움이 될 게 분명합니다. 내가 언젠가부터 느끼고 활용하는 자투리 시간, 생각의 시간이 되기도 하고 독서의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짬짬이 시간이 모여 책을 한 권 독파하기도 하고 한 꼭지의 글이 되기도 합니다. 틈나는 대로 한 장 한 장 구상한 그림이 한 권의 그림책 줄거리가 되었습니다.


성공한 사람 중에는 버려지는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고 잘 활용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 방송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특별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틈틈이 습득하고 익히다 보니 남과 다른 재주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에는 주어진 시간을 함부로 하지 않는 알뜰함이 있습니다. 삶이 영원한 것이 아니고 보면 물건이나 돈을 아끼는 일보다 시간을 아끼는 일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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