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6. 아침 소리 20230125

by 지금은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냉기와 함께 새들의 지저귐이 창문을 넘습니다. 새들은 늘 나보다 먼저 기상을 합니다. 먼 산에는 봄빛이 아른거리지만, 오늘은 매서운 날씨입니다.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입니다. 아니 몇십 년만의 강추위라고 합니다. 창밖의 온도계가 무려 영하 17도를 가리킵니다.


어제는 갑갑한 마음에 공원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철새의 병아리들이 연못에서 한가로이 놀고 있습니다. 어름과 얼음 사이의 빈틈을 비집고 자맥질합니다. 대여섯 마리가 경주라도 하듯 물속을 들락거립니다. 모였다 헤어지고 헤어졌다 모이 곤합니다. 이 추운 날씨에 물속을 들락거리는 게 마냥 신기해서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이들은 눈치가 여간 빠른 게 아닙니다. ‘얼음 땡’을 하듯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노력했지만 허사입니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병아리들은 이미 그만큼 멀어졌습니다. 병아리들이라서 아직 울음을 배우지 못했을까요. 요사이 계속 주시했지만,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낯선 새들이고 보니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싶었습니다.


우리 집 뒤에는 대나무 숲이 있었습니다. 숲이 곧 산과 이어집니다. 늦은 가을부터 늦은 봄까지는 이 숲이 참새들의 보금자리입니다. 해넘이가 시작되면 흩어졌던 새들이 무리를 지어 모여듭니다. 저녁부터 우리 집은 새 떼들의 소리로 시끄럽습니다. 마당 가득, 지붕 가득 돌담을 놀이터 삼아 방정맞게 몸을 흔들어 대며 수다를 떨던 새들은 어둠이 짙어지자 곧 대나무 숲에 몸을 숨겼습니다.


아침햇살이 마당에 내리자, 참새들은 무리를 지어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포르르, 포르르 사람들의 눈치를 보아가며 자리를 이동합니다. 나는 참새를 잡아 놀고 싶은 마음에 궁리했습니다. 동네 형의 말을 따라 활 치기를 만들어 곡식을 매달아 담장에 놓아보고, 바수거리(발채)로 덫을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돌을 던져보았습니다.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밥풀로 새를 잡지.’


나의 행동이 우스워 보였는지 이웃집 아저씨는 지나가는 말을 했지만 도움을 주지 않았습니다.


나는 새를 좋아합니다. 음악의 한 장면을 생각합니다. 체코를 여행할 때입니다. 피곤해서 일찍 잠이 들었는데 밖이 갑자기 소란스럽습니다. 창문을 열었습니다. 어둠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새들의 소리가 요란합니다. 시계를 보니 먼동이 트겠다 싶었습니다. 도시에서도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반갑습니다. 슬며시 밖으로 나와 새소리를 쫓았습니다. 사람들이 익숙했는지 가까이 다가가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몇 발짝 가까워서야 그만큼의 거리를 두기 위해 날갯짓했습니다. 호텔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날이 밝자 윤곽이 뚜렷합니다. 낯선 소리만큼이나 이름을 모르는 새들입니다.


나는 가끔 섬에서 살던 모습이 꿈에 나타나곤 합니다. 섬을 떠나온 지 벌써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곳에 머물러 있다는 착각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중 가장 마음이 편했던 시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교통편이 불편하고 문화시설이 전무한 섬으로 발령이 났을 때 과연 적응을 잘할까 하는 마음이 앞섰지만,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내가 생활해야 할 관사는 산기슭에 자리했습니다. 훤히 트인 전면을 제외하고는 산에 둘러싸인 곳입니다. 나무숲이 집을 감싸 안은 셈입니다.


첫날 아침부터 새들의 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은 내가 집을 떠날 때까지도 춤을 추며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먼동이 트기 전부터 나를 불러일으킵니다. 새들의 소리와 몸짓에 기상을 하면 창문을 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지개를 켜며 새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보고 싶었던 게야.”


새들은 어느새 열린 창틀에 올라서 방안을 기웃거립니다. 궁금한 거라도 있는 모양입니다.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놓고 직장에 갑니다. 점심이나 저녁에 돌아와 보면 빈방에는 새 한두 마리가 방 안에서 놀고 있습니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불러보지만, 갑작스러운 방문에 창문을 찾아 방안을 휘젓고는 사라집니다.


새와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창가에서 먹이를 손바닥에 놓고 새들을 부릅니다. 때에 따라서는 망부석처럼 때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내 손바닥에 새를 앉혀보지 못했습니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멧새와 함께 노는 사람을 보고 그 사람의 행동을 흉내 내보았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교감이 부족했기 때문인가 봅니다.


나는 아침 일찍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를 좋아합니다. 활기찬 모습을 좋아합니다. 그러기에 봄철이 되면 예년처럼 공원이나 산에서 새를 쫓아 몇 시간이나 마음을 나누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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