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 행복은 내 마음속에 0240126
나는 지금 행복한가?
우리나라 1인당 국내 총생산량은 1953년 67달러에서 2023년에는 3만 2,142달러로 무려 480배나 성장했습니다. 수입이 늘었으니 그만큼 행복할까요. 유엔이 정한 ‘행복지수’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이 느끼는 지수는 2012년 56위에서 10년 후인 2022년에는 59위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입니다. 소득의 증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은 뒷걸음질을 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고 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 사람이 열광하는 K 문화의 국가이지만 많은 사람이 불행하다고 느낍니다. 원인은 피곤하게 만드는 사회 환경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심한 경쟁에 내몰립니다. 남과 비교되는 환경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인식이 싹틉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스트레스를 불러오고 좌절감에 쌓이게 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자존감을 떨어뜨리게 하고 일찍부터 패배감을 맛보게 합니다. 남의 행복에서 나의 불행을 찾아냅니다.
행복 경제학의 창시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지적 행복론」에서 행복의 3요소로 물질적 풍요, 건강과 가족을 포함한 사회관계를 말했습니다. 부(富)는 다른 요소와 달리 일정 수준에 이르면 더 이상 만족도를 높여주지 않습니다. 부의 행복 한계효용은 계속 낮아집니다. 예를 들면 배가 고파 음식을 한 술을 입에 넣는 순간 최고의 행복감을 느끼지만, 그릇을 비울 때쯤이면 그 정도가 줄어듭니다.
얼마 전 세계의 행복지수를 발표를 보니 행복을 느끼는 만족도에서 경제적 풍요로움을 느끼는 나라들은 상위그룹에 끼지 못했습니다. 중앙아시아의 소국, 부탄이라는 나라의 사람들이 1위에 올랐습니다. 척박한 환경에 문화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후 조사에 의하면 행복지수가 낮아졌습니다. 이유는 텔레비전을 비롯한 영상 문화가 보급되었기 때문입니다. 영상에 나타난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의 생활과 비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남과의 비교는 어쩔 수 없이 내 안에 부족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중학교 시절입니다. 가까이 지내는 아저씨와 영천의 팔공산 자락에 있는 한 마을을 찾아간 일이 있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는 한적한 모습이었습니다. 내가 자란 산촌보다 더 촌스러웠습니다. 그중 한 가지가 화장실입니다. 뒷간, 변소로 불리던 시절, 구석에는 잿더미가 쌓여있고 옆에는 허리높이의 나무 주걱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바닥에 앉아 용변을 본 후에 주걱으로 재를 덮어 반대편 구석으로 던져놓습니다. 모이게 되면 밖으로 내어 거름으로 사용합니다. 같은 산촌이면서 뒷간의 사용 방법이 달라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습니다. 옛날 시골 사람이 서울에 와서 처음으로 양변기를 사용해 보는 것처럼 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저씨와 인연이 있는 집안이라 다음날 조상의 산소를 찾아갔습니다. 길 안내를 맡은 청년 둘이 일을 마친 후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시 바닥에 누웠습니다. 손을 이마에 대고 파란 하늘을 올려보며 무엇인가 읊조립니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논어(論語) 술이(述而) 편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飯疏食飮水 (반소사음수), 曲肱而枕之 (곡굉이침지), 樂亦在其中矣 (낙역재기중의), 不義而富且貴 (불의이부차귀), 於我如浮雲 (어아여부운). 풀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었으니 즐거움이 그 안에 있고 의롭지 않게 부귀를 누림은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어도 불의와 부귀에 흔들리지 않는 대장부처럼, 쌀 다섯 말에 지조를 굽힐 수 없었던 도연명, 비록 어렵고 힘들어도 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갈 생각을 하니 세상에 어디 이보다도 더 좋을 수가 있을까. 그 청년이 읊은 가사를 빠짐없이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이와 비슷한 내용이었습니다. 행복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행복감의 순위를 바꿔야겠습니다. 첫째가 건강, 둘째가 가족을 포함한 사회관계, 다음으로 부를 놓아봅니다. 순위를 결정해야 할 조건은 없습니다. 이 세 가지 모두가 행복의 조건에 들어가는 것은 틀림없지만 꼭 순위를 정하라면 나의 입장에서는 건강을 첫 번째로 꼽겠습니다. 나이 듦이 건강을 입에 자주 올립니다. 해가 지날수록 아픈 곳이 하나둘 늘어납니다. 여기저기에서 ‘건강히 지내십시오’ 하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내 입에서도 이 말이 자주 흘러나옵니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병원으로, 요양병원으로, 요양원으로 가는 노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요즘 생각입니다. 죽기 전에 꼭 들려야 할 곳이 요양원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생소하던 요양원이 눈에 익숙해졌습니다. 숫자가 늘었습니다. 친지들을 찾아가 문병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착잡합니다. 행복은 무엇입니까. 부, 사회적 어울림, 건강, 이 모두는 나열에 불과합니다. 행복은 내 안에 있습니다. 내 안의 만족입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제 분수에 맞게 사는 게 행복이라 여깁니다. 어떻게 할까요? 행복이란 누가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