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31. 겨울답기는 해도. 20230129

by 지금은

널뛰기하는 추위가 매섭습니다.


‘영하 17도. 방문 고리가 손에 쩍 붙었었지. 순간 깜짝 놀랐어.’


춥습니다. 바깥공기는 코를 찡하게 합니다.


삼촌은 새벽부터 사랑방 아궁이에 불을 지폈습니다. 장작불이 이글거립니다. 가마솥에서 물 끓는 소리가 들립니다. 솥뚜껑 틈새로 김이 푹푹 솟아납니다. 마치 증기기관차를 연상시킵니다. 솥 주위는 하얀 수증기가 차지했습니다.


“뜨거워, 조심해.”


삼촌은 놋대야에 뜨거운 물을 담고 찬물을 섞었습니다. 손가락을 대야에 넣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고양이 세수를 했습니다. 대야 속의 물이 뜨뜻하기는 해도 물 묻은 손이 밖으로 나와 얼굴에 닿는 순간이 지나면 금방 차갑습니다. 몸이 덜덜 떨리는 가운데 손이 몇 차례 얼굴을 훑었습니다.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할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목은 놔둘 거야, 손도 까마귀손이구먼.”


할머니가 내 옆에 쪼그려 앉으셨습니다. 손이 설거지 그릇을 닦듯 얼굴로 목을 골고루 더듬습니다. 일어서려는 순간입니다. 할머니가 손을 잡아 주저앉혔습니다.


“손도 닦아야지, 까마귀가 보면 아저씨 하자고 하겠구먼.”


“아파요.”


할머니의 손이 야무지게 내 손등은 물론 손가락 사이사이를 문지릅니다. 세숫대야의 물이 두엄더미 위로 뿌려졌습니다. 엉거주춤 일어섰습니다.


“한 번 더.”


아궁이에서 불 조절을 하던 삼촌이 따듯한 물을 다시 채웠습니다. 할머니의 손이 내 머리를 대야 속으로 밀었습니다. 머리도 감았습니다. 머리를 감으며 얼굴과 목도 함께 씻겨야 하는 생각을 잠시 늦으셨나 봅니다.


“시원하지.”


할머니가 내 손을 아궁이 앞으로 잡아끄셨습니다. 수건으로 머리를 말려주셨습니다. 70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때의 추위가 나타난 듯합니다. 시골 사람 누군가 내 경험을 겪었습니다. 세수 후에 젖은 손으로 방 문고리를 잡았더니 ‘쩍’하고 붙었답니다. 북극의 찬 공기가 화살처럼 우리나라로 엄습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중미의 한파가 기승을 떨쳤습니다. 강력한 추위와 눈 폭풍은 재산은 물론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줬습니다. 남의 나라 일이라 여겼는데 우리나라에도 영향권 안에 들었습니다.


며칠 전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난방비가 예년에 비해 10여만 원이나 많습니다.


“웬 관리비가…….”


다음날 뉴스를 보니 전국적으로 난방비 폭탄이랍니다. 힘들다고 아우성칩니다. 특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시름이 깊습니다. 그들의 열악한 보금자리를 보니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날이 춥기도 하려니와 세계적으로 연료비가 많이 올라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코로나19, 날씨가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이구동성으로 난방비 지원금을 이야기합니다. 어느 정당에서는 정부의 계획보다 두 배를 주장합니다. 취지야 좋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으니 마냥 찬성만 할 일은 아닙니다. 형편을 감안하여 서로서로 어려움을 나누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추운 생각이 들지 않아요?”


“딱 좋아요.”


내가 저녁 늦게 머리를 감고 발을 닦자, 아내가 다가와 말했습니다. 12월 들어 갑자기 기온이 오늘은 날씨가 좀 풀릴 거라는 예보입니다. 그동안 바깥 움직임이 부족했으니, 공원을 걷기로 했습니다. 호수는 꽁꽁 얼었지만 둘레 길을 활보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습니다. 슬며시 그들의 사이에 끼어들었습니다. 어느새 새들도 활개를 칩니다. 한동안 잘 보이지 않던 까마귀들이 나뭇가지 사이에서 까치와 자리다툼을 합니다. 비둘기들이 무리를 지어 먹이를 찾습니다. 참새들이 ‘포르르 깡충깡충’ 큰바람에 낙엽이 떼를 지어 날 듯 자리를 옮겨 갑니다. 호수에는 철새 병아리들이 추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숨바꼭질합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습니다. 나뭇가지에 맺힌 잎망울, 꽃망울들이 조금씩 부풀어 갑니다. 버들가지가 연두색을 드러냅니다.


앞으로도 몇 차례 강력한 한파가 있을 거라고 합니다. 동장군이 이대로 겨울이 물러갔으면 좋으련만, 이럴 때는 일기예보가 맞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려가 실내를 따뜻하게 했는데 예상보다 난방비가 많이 나와 온도를 낮추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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