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눈이 내리는 날이면 20230130
눈이 내립니다. 사락사락 사뿐사뿐 길 위에도 자동차 지붕 위에도 쌓였습니다. 밤새 새하얀 세상이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눈 오리 만들러 나가요.”
손자의 재촉에 일어섰습니다. 아내의 손이 바빠집니다.
“잠바 입고 모자 써야지. 장갑도…….”
목도리를 둘렀습니다.
공원에서 눈 오리를 만듭니다. 하나, 둘, 셋……. 숫자가 늘어납니다. 지나가던 어른들이 멈춰 서서 눈 오리를 바라봅니다.
“한 마리 주면 안 될까? 집에 가서 키우고 싶은데.”
“너무 더워서 죽을지도 몰라요.”
“냉장고에서 키우지, 뭐.”
손자가 빙그레 웃으며 오리 한 마리를 건넸습니다.
눈 오리들의 식구들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늘막의 벤치 위에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참새들이 구경이라도 하려는 듯 주위에 몰려들었습니다.
“참새 잡아줄까? 밥풀이 있어야 하는데.”
“참새가 밥풀에 붙나요? 딱풀이면 더 좋지 않을까요.”
“춥다. 그만 들어가자.”
괜한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가 간식을 내놓았습니다.
“새 많이 잡았지.”
“잡은 게 아니라 만들었어요.”
나는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옛날에는 눈이 오면 고향에서는 토끼 사냥을 하고 새도 잡았지. 우리 산으로 토끼 잡으러 갈까?”
손자는 추울 거라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나는 대신 참새를 잡으면 어떻겠느냐 물었습니다.
“어떻게 잡는데요.”
“밥풀만 있으면 돼.”
같은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내가 참새를 잡겠다고 생각했을 때입니다. 눈이 많이 내린 날 할머니의 말씀대로 마당의 한 귀퉁이의 눈을 작은 맷방석만큼 쓸어냈습니다. 그리고 바수거리(발채)의 모서리를 한자 정도 되는 나뭇가지로 버텨놓았습니다. 이웃집 아저씨의 말대로 밥풀을 콩알만큼 뭉쳐 서너 개 놓았습니다. 나뭇가지에 묶어둔 긴 끈을 사랑방 문까지 늘여와 고정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창호지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이를 지켜본 할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밥풀로 새를 잡겠다고?”
할머니는 항아리에서 좁쌀 한 주먹을 꺼내 바수거리 밑에 뿌렸습니다. 새가 밑에 들어가면 잡아채라고 했습니다.
참새 몇 마리가 날아와 주위를 살폈습니다. 의심이 많은가 봅니다. 잠시 후 한두 마리가 바수거리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안심이 됐나 봅니다. 좁쌀을 쪼아 먹자, 참새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할머니가 속삭이듯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이야.”
재빨리 줄을 잡아챘습니다. 바수거리 밑에 대여섯 마리의 참새가 깔렸습니다.
참새를 사랑방 아궁이에서 구워 먹었습니다. 눈이 소복이 내린 겨울밤이면 어른들은 초가지붕 추녀 밑을 뒤져 참새를 잡기도 했습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이니 긴 밤에 재미 삼고 해본 일입니다. 어른들이 마음먹고 잡으면 여러 마리를 모을 수 있습니다. 사랑방 아궁이 앞에서 털을 뽑고 불에 구워 맛을 봅니다. 크기가 작지만, 소금이 빠질 수 없습니다. 손톱만큼 너 한입, 나 한 입맛을 보는 것으로 끝을 냅니다. 어른 중에 누군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습니다.
“참새가 말이야, 소 앞에 앉아 말했다지. 네 고기 열 점보다 내 고기 한 점이 더 맛있어.”
내가 중학교 때 포장마차에 참새구이가 유행했습니다. 그 많은 참새는 어디서 온 것일까. 미성년자이니 포장마차에서 참새구이를 먹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가짜가 많다고 했습니다. 어린 병아리를 잡아 참새구이라고 속였다는데 진위를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너도나도 포장마차의 포장에는 참새구이 글자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이고 보니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었습니다.
지금의 현실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입니다. 눈이 많이 쌓인 겨울이면 산골 동네의 청년들은 산으로 향했습니다. 창이나 몽둥이, 올무를 들었습니다, 발에는 설피를 신기도 하고 감발을 했습니다. 산짐승들을 잡기 위해서입니다. 토끼, 꿩, 고라니, 멧돼지 등을 잡았습니다.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이 중에 집주위에 사는 참새도 포함되었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면 참새 잡으러 갈까?”
“어디로요?”
“할아버지 고향으로.”
“학교에서 환경을 파괴하지 말고 동식물을 보호하라고 배웠는데요.”
“정말로 죽이는 게 아니라 잡아서 살려주는 거지.”
꼬마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궁금증을 풀어주고 싶습니다. 큰 대소쿠리를 준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