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30. 첫눈 20230128

by 지금은

“선생님, 눈이 오는데요.”


개구쟁이 은철이가 소리쳤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습니다. 몇몇 아이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앉아요, 눈 처음 봤나.”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다 아이들을 둘러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게 아니고요, 첫눈인데요.”


“선생님, 약속 잊으셨어요.”


“잊지 않았지.”


하지만 시작한 수업을 그만두고 밖으로 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름방학이 가까워져 올 무렵 더위가 쉼 없이 몰려왔습니다. 한 마디로 불볕더위입니다. 태양은 아이들이라고 해서 봐주는 일이 없습니다.


“선생님, 더워서 미치겠어요.”


“미치지는 말고 ‘솔’이나 ‘도’를 치면 좋겠다.”


농담했습니다. 부모님은 지금 논밭에서 어떻겠느냐며 침도 놓았습니다. 대신 약도 주었습니다. 이 여름을 잘 참고 견디면 첫눈 오는 날은 너희들 맘대로 운동장에서 뛰어놀게 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옆 반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습니다. 복도에서 아이들의 뛰는 소리가 들립니다.


“알았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뒷문을 열었습니다.


밖으로 나갔을 때는 우리보다 앞서 나온 반 아이들이 운동장을 내달립니다. 준비운동을 시킬까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살려주고 싶었습니다. 강아지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눈치고는 양이 많습니다. 짧은 시간에 펑펑 내려 쌓였습니다. 여름날 소나기가 퍼붓듯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졌습니다. 잠시 후 주위를 둘러보니 운동장은 만원입니다. 전교생이 모두 쏟아져 나왔나 봅니다. 선생님들도 아이들만큼이나 신이 났습니다. 어느 반은 반끼리 편을 먹고 눈싸움합니다. 이어달리기하기도 하고 공차기도 합니다.


우리 반은 자유를 선택했습니다. 너희들 맘대로 놀아보라는 뜻입니다. 대신 나는 꼬마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주먹만 한 눈사람을 만들어 화단의 턱에 줄을 맞추어 나란히 놓았습니다.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무엇을 할까 서성이던 아이들이 합세했습니다. 여섯 개의 교실 앞 화단에 눈사람이 가득 찼습니다.


교실로 들어왔습니다.


“약속을 지켰으니까, 너희들도 자신의 약속을 지켜야 해.”


“선생님 5교시도 남았는데요.”


“너무 배부르면 탈이 나는 거야, 한 시간은 다음을 위해 남겨두는 게 어떻겠어.”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마음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쉬움을 말하면서도 내 말에 수긍했습니다.


‘선생님이 처음이라서……’라는 책을 읽다 보니 요즘의 아이들은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신경을 써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문제는 불미스러운 사고입니다. 별것 아니라는 일이 크게 확장되는 수가 있습니다. 수업만큼이나 학생과 학부모와의 원만한 관계 유지가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겉옷 입고 목도리하고 장갑 낀다. 싫다는데 눈 던지지 말고………”


담임선생님의 말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파트 Tea house에서 늦게까지 책을 읽다가 밖으로 나오니 발밑에 눈 오리가 보입니다. 내가 가야 할 길에 머리를 두고 조용히 앉아있습니다. 하마터면 밟을 뻔했습니다. 귀엽기도 하고 누군가의 발에 밟힐 것만 같아 들어 방범등 위에 살며시 놓았습니다.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걷습니다. 꺾어지는 곳에 또 한 마리의 눈 오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들어 올렸습니다. 외롭겠다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함께 있는 게 좋겠지.”


하지만 잠시 동작을 멈추었습니다. 눈 오리를 만든 사람의 생각이 중요합니다. 나름대로 이정표를 나타낸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다시 방범등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아! 나를 바라보는 아이가 있군요. 손에는 눈 오리 집게가 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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