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력 챌린지 - 30분 독서 후 기록
* 별표 표시가 있는 부분은 책에 나오는 글에 대한 글쓴이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어느 지점에 가도 직원이 가장 멋있는 편집숍이 존재한다. 바로 일본의 '빔즈(beams)'
오사카, 도쿄, 후쿠오카 3번의 일본 여행에서 꼭 빠지지 않는 스팟이 바로 그 지역의 '빔즈' 매장이었다. 쇼핑을 위한 방문이 아니었다. 매장 분위기, 제품, 인테리어를 둘러보고 무엇보다도 스태프의 스타일을 보기 위해서다. 실제로 빔즈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스태프의 스타일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직원들의 센스 있는 스타일링 사진을 보면, 절로 빔즈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저렇게 멋있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에 당연히 예쁘고 멋진 제품들만 있을 것이라는 상상과 확신.
빔즈의 회장은 미국을 동경하던 소년이었다. 미국에 대한 그의 동경과 상상이 오늘날의 빔즈를 탄생시켰다. 타이밍도 적절했다. 빔즈가 생긴 당시, 일본에는 미국 열풍이 불었다. 미국에서 직접 아이템들을 사 오기도 했다. 빔즈는 일본 내에서 아메리칸 스타일의 메카가 됐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빔즈는 라인을 확장했다. 아메리칸 스타일만 고집하다가는 빔즈 브랜드가 진부해질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빔즈의 강점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를 빠르게 붙잡아, 빔즈만의 방식으로 제안하는 데에 있었다.
빔즈의 강점은 위기에서 탄생되었다. 빔즈의 1호 직원이 빔즈를 그만두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숍을 오픈하면서, 빔즈의 경쟁사를 창업했다. 그러면서 함께 하던 많은 직원들이 빔즈를 그만두고 새로운 브랜드로 이직을 했다. 빔즈는 한순간에 믿었던 베테랑 직원들을 잃은 것이다.
빔즈는 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 외부에서 경력자들을 스카우트하기보다는 남아있는 말단 사원들에게 집중했다. 그들에게 파격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실수를 용납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격려했다. 그 결과 그들은 자신들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로 빔즈를 '스태프 맛집'으로 만들었다. 빔즈 매장에서 일하는 젊고 스타일리시한 직원들에 관한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빔즈에서 일하기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빔즈의 경쟁력은 직원에게서 나온다. 직원을 뽑는 기준은 빔즈에 대한 애정이 있는지, 패션을 향한 열정을 갖추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체크한다. 즉, 빔즈에 대한 덕질이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뽑힌 '빔즈 덕후'가 매장에 비치된다. 이들은 빔즈를 더욱 빛나게 할 뿐만 아니라, 빔즈의 VIP 고객이다. 빔즈 직원들 대부분이 빔즈 옷을 구입하는 데 급여를 쏟아붓는 부류다. 빔즈의 직원들로부터가 빔즈의 광팬이라는 점은 이 브랜드의 엄청난 무기로 작용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브랜드의 진정성을 느끼는 방법은 매장을 가서 직원들의 옷을 보고, 말투를 보고, 전문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듯, 빔즈의 직원들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브랜드 빔즈에 대한 이야기를 고객에게 진정성 있게 전한다. 빔즈의 진정성은 직원들로부터 나온다.
브랜드의 진정성은 직원으로부터 나온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얼굴로 회사의 직원보다 더 나은 콘텐츠는 없다.
에이스 호텔의 창업자(알렉스)는 놀기 좋아하는 형이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초인싸, 힙쟁이. 그는 단순히 노는 것뿐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중에는 '공간 사업'이 있었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모여 '놀면서'일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그에게 처음 눈에 띈 것이 바로 이발소, '바버숍'이다.
그는 정말로 이 세상에 없는 '죽이는 이발소'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아메리칸 클래식으로 바버숍 공간을 채웠다. 그리고 온몸에 문신을 한 '핫가이'들이 손님을 맞이하도록 했다. 루디스 바버숍은 단순히 머리를 자르러 오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에서는 타투를 새기고, 로컬 밴드의 콘서트 티켓도 살 수 있었다. 예약을 받는 직원이 담배를 피우며 타로점을 봐주는 곳이었다. 그렇게 '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클래식 바버숍'이 되었다.
성공적인 바버숍을 만든 이후였지만, 알렉스의 꿈은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 그가 생각했던 '공간 사업'의 끝판왕은 호텔이었다. 호텔은 먹고 놀고 마시고 쉬는 모든 라이프스타일이 응집된 공간이었다. 그는 시애틀에서 바버숍의 새 부지를 물색하던 중 호텔 사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는 호텔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다. 호텔과 바버숍의 본질은 같았다. 둘 다 '사람들이 어울려 놀고 싶은 곳'을 만들면 되는 거라 생각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아무것도'모르니 '제멋대로' 생각할 수 있었다. 좋게 얘기하면,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웠다. 호텔 사업을 하는 데 돈이 엄청 많이 들어간다. 바버숍으로 성공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진 돈이 부족해서 구세군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그랬더니 완전히 '다른' 호텔이 되었다. 옛 건물과 트렌디한 인테리어가 묘하게 충돌했다. 기존에는 없었던 정말 새로운 유형의 호텔이 탄생한 것이다.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을 1990년대에 이미 시작한 것이다. 폐건물을 재활용하는 그런 인테리어 말이다.
에이스 호텔은 문을 열자마자 엄청나게 팔렸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1) 지역과 함께 놀다
에이스 호텔은 자신들의 취향을 기준으로 부지를 선정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보다는 자신들이 둘러보고 싶은 숍, 카페, 레스토랑이 많은 동네를 찾는다. 그리고 호텔을 세울 때는 그 지역의 친구를 사귀는 데서 출발한다. 알렉스의 인싸력이 주 무기다. 이를 통해 현지 다양한 인싸들과 친해지고, 에이스 호텔을 현지화할 첨병으로 삼는다. 지역 내 장인들과도 긴밀하게 협업한다. 지역 내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로비와 방에 전시하는 등 지역의 '자원'을 호텔 안에 들이는 것도 에이스 호텔의 특징이다. 각 지역이 품은 '이야기'들로 호텔을 채운다. 이를 통해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에어비앤비의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캠페인과 비슷한 맥락이다. 숙박을 함으로써, 그 지역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하게 된다는 콘셉트.
2) 힙 빼면 시체
에이스 호텔에서 가장 힙한 공간은 '로비'다. 로비에는 넓은 테이블과 편안한 의자가 있다.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로비는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머무를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로비 개방을 통해, 로비를 그 지역의 힙한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로 만들었다.
에이스 호텔은 결점을 보완하기보다는 자신의 강점을 강화하는 편을 택한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강점이 더욱 두드러지게, 뾰족하게 만들어 다른 호텔과의 차별성을 가진다. 에이스 호텔이 여전히 '힙'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워낙 비슷한 게 많고, 없는 게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블로그와 브런치,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며 느낀 것은 자신만의 차별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단점을 가지고 있다.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사람이든, 콘텐츠든, 글이든, 무엇이든. 단점은 다 있기 마련이다. 단점을 보완해서 단점을 없애는 것보다는 장점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그렇다.)
장점을 더욱 뾰족하게 만들어 나만의 차별성을 가지는 것이 자신이 돋보이는 방법이다. 이것 저것 잘하면 좋지만 죽어라 한 우물을 깊~~게 파고 난 다음에 새로운 영역을 조금씩 넓히는 게 가장 최선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어떤 브랜드에 있어서도 직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회사의 대표가 보통 언론에 노출이 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직원이다.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그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