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NEW GUCCI의 시대
현재 유럽에서는 2024SS 패션위크가 열리고 있다.
이번 2024 SS 레디 투 웨어 컬렉션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은 브랜드는 단연코 구찌다.
그리고 가장 화제가 되고, 호평을 받은 브랜드도 역시 구찌이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디렉터가 새로 선임된 브랜드의 첫 컬렉션은 당연히 기대가 된다.
왜냐하면 첫 컬렉션을 통해 앞으로 그 브랜드의 무드, 디자인, 추구하는 스타일 등을 알 수 있기 때문.
그리고 우리는 이미 봤다.
디렉터 한 명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
(전) 보테가 베네타의 디렉터인 '다니엘 리'를 통해서.
'다니엘 리'는 죽어가던 보테가 베네타를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만들어냈다.
이번에 새롭게 임명된 구찌의 디렉터가 누구길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을까?
그의 이름은 사바토 데 사르노(Sabato De Sarno).
프라다에서 어시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돌체앤가바나를 거쳐 발렌티노에서 일했다.
발렌티노의 니트웨어 부문에서 11년간 일하다가
2020년 발렌티노의 패션 디렉터가 되었다.
오랫동안 발렌티노에서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촐리 밑에서 일했고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그가 구찌 디렉터로 선임되었음이 발표되고,
패션계에서는 맥시멀한 디자인의 이전 구찌와는 대조되는 정제되고 글래머러스한 실루엣의 구찌를 예상했다.
또한 쇼를 위한 쇼를 했던 알렉산드로 미켈레와는 대조적으로
현실에 초점을 둔(=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컬렉션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 예상이 맞았다
과장된 실루엣 대신 현실에 초점을 둔 정제된 실루엣으로 컬렉션이 구성되었다.
컬렉션에 나온 옷 중 그 어느 것을 입고 당장 밖에 나가도 이상할 게 없을 디자인들로.
심지어는 좀처럼 컬렉션에서는 보기 힘든 후드티, 집업 재킷도 등장했다.
그렇다고 쇼가 심심하기만 했냐?
그건 또 아니다.
중간중간 파티에서나 입을법한 디테일의 코트, 스커트, TOP을 별미로 컬렉션의 지루함을 잡아냈다.
그리고 구찌의 GG 패턴을 활용한 아이템도 빠지지 않았다.
실용성(현실성)과 지루함을 잡아낸 구찌 2024SS 레디 투 웨어는
그 어떤 컬렉션 보다 정도를 잘 지킨 컬렉션이었다.
요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패션 트렌드와 관련된 단어로 '올드머니'를 쉽게 볼 수 있다.
올드머니 룩, 올드머니 패션은 전통 부자, 재벌가 패션으로 쉽게 말할 수 있다.
조용한 럭셔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로고를 강조하는 패션(알레산드로 미켈레 구찌), 과장된 실루엣의 패션(발렌시아가)과는 정반대의 패션이다.
과시하지 않지만 알고 보면 고급 소재를 사용한 엄청 비싼 옷.
이게 지금의 패션 트렌드다.
그런데 올드머니가 구찌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구찌의 특징은 현실적이고 정제된 실루엣이다.
정제된 실루엣, 고급스러운 소재가 올드머니 패션이니깐.
사바토 데 사르노는 계속해서 자신만의 디자인을 해왔을 뿐인데 트렌드가 돌고 돌아 그의 디자인이 각광받는 타이밍이 온 것이다.
사실 나는 올드머니 패션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트렌드라고 하지만 여기저기서 올드머니 얘기를 하는 것에 질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접근하기 쉬운 브랜드로는 올드머니의 무드를 내기가 어렵다.
소재의 퀄리티가 중요한 스타일은 소재가 좋은(=비싼) 옷을 입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즉, 그만큼 트렌드를 즐기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구찌를 보고 해답을 찾았다.
올드머니와 같은 정제된 실루엣에 미니멀한 느낌을 주면서도, 심심하지 않은.
정도를 아는 스타일.
누군가가 올드머니 룩에 대해서 추천해달라거나 물어본다면 오히려 구찌의 2024SS 컬렉션을 추천할 것이다.
1995부터 2000년대까지 구찌의 부흥기를 끌었던 인물은 톰포드다.
최근 메가 패션 인플루언서 벨라 하디드가 그 시절 구찌의 옷을 입어 화제가 되었다.
90년대 빈티지 옷을 입은 것이 왜?
20-30년이 지난 그 옷을 구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극도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Y2K 트렌드가 지겨워졌기 때문.
그래서 사바토 데 사르노가 구찌의 디렉터로 임명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톰포드 시절 구찌의 부활을 바랬고 예상했다.
실제로 구찌 2024 SS 레디 투 웨어 컬렉션에서는 구찌 by 톰포드 시절의 특징들이 보였다.
그때의 구찌를 2024년으로 데려온 느낌이랄까
보테가베네타로 혁명을 일으킨 다니엘 리처럼
NEW GUCCI도 앞으로 몇 년간은 혁명을 일으키지 않을까 예상한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갈지는 의문이다.
패션 트렌드는 돌고 돌고, 인간은 항상 새롭고 색다른 것에 끌리기 때문이다.
미니멀하고 정제된 실루엣의 트렌드가 끝나고
다시 과장되고 맥시멀한 트렌드가 왔을 때 사바토 데 사르노는 어떤 디자인을 선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