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차가 되면 다를 줄 알았지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봤을 것이다.
멋진 커리어 우먼/맨이 되어 회사에서 치열하게 일을 하고 중요한 일을 하는 나의 모습.
미팅을 주도하며 팀을 이끌어 나가고 회사를 이끌어가는 나의 모습.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1, 2번 모두.
당연히 신입 때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할 뿐. 마치 기계 혹은 작은 톱니바퀴 부품처럼.
그래도 그땐 희망을 걸었다.
"3-5년 차에는 다를 거야. 짬이 좀 쌓이면 나도 멋진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겠지."
실제로 내 주변에 3-5년 차에 내가 생각했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기에.
최근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그리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팀에서 일을 하면서 점점 맡게 되는 일이 많아지고 일의 중요도 또한 높아졌다.
그와 동시에 나의 성취감과 책임감 그리고 만족도 또한 올라갔다.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나도 그들처럼 커리어 맨의 모습을 갖추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가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틀렸나? 착각하고 있었나?"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온라인 스토어에 엄청난 트래픽이 몰리면서 서버가 터져버렸고, 서버 복구가 진행될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개발자에게 서버 복구를 요청하고 그들이 처리를 완료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손가락 빨면서 기다리는 어린애가 된 기분이랄까.
이 일은 나에게 모욕감과 무능함을 줬다.
나의 가치를 가장 중요한 삶의 요소로 여기는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서버가 복구되는 동안 다른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서버가 복구되지 않아서 홈페이지 자체에 접속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종사자에겐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군인에게 모든 무기를 빼앗은 것과 같다.
하루가 지난 오늘 다시 어제를 복기해 봐도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어제와 같이 손가락을 빨면서 기다리는 것 밖에.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이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를 하는 것이다.
1. 코레일 혹은 인터파크 티켓처럼 대기자 페이지를 도입한다.
2. 드로우 방식으로 미리 응모를 받아 판매를 진행한다.
3. 서버의 기능이 뛰어난 플랫폼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내가 생각하며 고안해 낸 방법은 위 3개다.
어제 내가 느낀 무능함과 모욕감을 잊지 않고 이를 동기부여로 삼을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2-3년 동안 일하면서 느낀 것은 완벽한 서비스는 없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개선하고 또 개선하는 것이 최선이다.
역시 인간은 실패와 고통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어제와 오늘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냈고 보내고 있지만, 이는 거름이 되어 내가 또 한 번 성장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
또한 그런 고통스러운 사건이 있었기에 내 인생의 스토리 소재가 하나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