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기 전부터 입사 직후까지 들었던 이야기가 '3년, 5년 차가 고비이며, 슬럼프와 번아웃이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건 자신이 성장을 위해서 따로 노력을 하지 않고 현실에만 안주하며 성장보다는 안정감을 원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뭘 알겠나?
시간은 빠르게 흘러 3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딱 3년 차가 되고 난 이후부터 의욕이 사라지고 무기력증이 나를 덮쳐왔다. 심지어 내가 요즘 무기력하다는 것을 깨달은 건 지난 주였다.
요즘 왜 이렇게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인생의 낙이 없을까?
작년까진 멀쩡했는데? 갑자기 요즘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질문을 떠올리고 그 질문에 대해서 생각했다. 답을 찾으려고 하니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질문과 현재 나의 상태에 집중하니 깨달았다.
아마 이런 이유들 때문이지 아닐까?
1. 새로운 자극이 필요해
1~2년 차까지는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일에 적응을 하느라 정신없다. 그러니 번아웃이나 슬럼프가 나를 찾아올 시간이 있었겠나.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집중하며 정신없이 보낸 것이다.
그러다 2년 차 후반쯤부터 3년 차가 되면서 일에 적응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예전과 같은 자극이나 긴장은 사라졌고 매일 똑같은 일을 수행한다. 스스로가 하나의 기계 혹은 톱니바퀴처럼 느껴지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환경 또한 마찬가지다. 매일 똑같은 장소로, 같은 시간에, 같은 루트로 700번 이상을 오고 갔다. 그리고 하루의 거의 절반을 똑같은 장소에서 보낸다. 심지어 위치마저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 또한 매너리즘에 한 몫한다.
그래서 다들 퇴사를 하고 리프레쉬를 위한 여행을 가거나, 이직을 하게 되는 것이다.
2. 새로운 걸 할 힘이 없어
매일 똑같은 일의 반복 때문에 매너리즘이 찾아온다면, 퇴근 이후의 삶이나 주말에 변화를 주면 되지 않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매우 어렵다. 일과 환경에 적응이 되었다지만, 그렇다고 바쁘지 않은 것이 아니다. 회사에서의 시간 동안은 정말 치열하고 바쁘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한다. 그 결과,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채로 회사에서 나온다.
퇴근할 때의 나의 상태를 설명하자면, 'exhausted'이다.
1만큼의 에너지도 남지 않은 상태로 집으로 돌아간다.
중, 고등학교 때는 'exhausted'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사전적 의미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 직장생활을 하며 그 의미를 체감하게 되었다. 매일 exhausted 상태로 퇴근을 하게 된다. 그러니 퇴근 후에 자기 계발을 위해서 운동을 하던, 책을 읽던, 공부를 하던, 재테크를 하는 에너지가 있겠나? 어떤 일을 하든지 퇴근 후에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직을 한 사람들도 마찬가지.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1번에 얘기한 매너리즘으로 인해서 새로운 환경, 새로운 업무를 하고 싶어 이직을 희망하지만 남아있는 에너지가 없어서 퇴근 후에 이력서, 자소서 쓸 힘이 없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일, 새로운 자극 vs 쉬고 싶다
두 개의 욕구가 충돌하지만 대부분 큰 계기가 없는 이상 후자가 승리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매너리즘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어떠한 노력을 통해 3년 차의 매너리즘을 이겨내면 다시 한번 5년 차에 매너리즘이 찾아온다.
5년 차에도 이직이나 퇴사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라 본다.
3. 도파민 중독이 불러온 높은 기준
SNS에서 스크롤 몇 번만 하면 엄청난 자극을 얻을 수 있는 시대다. 그리고 SNS를 운영하는 기업은 사람들이 더 오랫동안, 더 자주 SNS에 들어오도록 만들기 위해서 교묘하게 시스템을 설계하고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 결과 서비스 이용자는 도파민에 중독된다. 자극은 또 다른 자극을 원하게 만들고, 작은 자극은 더 큰 자극을 원하게 한다. 몇 번의 터치만으로 자극의 바다에서 마음껏 수영할 수 있는 시대에서 특별할 거 없는 반복적인 일상이 얼마나 인상적이겠는가?
당연히 흥미를 잃고 따분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틱톡, 릴스, 쇼츠를 보게 된다. 그럼 시간과 도파민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시간은 삭제되어 있고 "내가 지금까지 뭘 한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허무감과 허탈함을 느낀다.
하지만 일상에서 그보다 더 큰 자극을 느낄 수 없기에, 다시 틱톡, 릴스, 쇼츠를 보게 되는 것이다.
내가 최근에 느낀 무기력감의 원인은 1번과 2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스스로 목표도 설정해 보고 저녁을 먹은 뒤 잠깐의 쪽잠을 자고 일어나서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를 스스로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최대한 SNS에서 자극을 받지 않기 위해 숏폼과 거리 두기를 한다.
의도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웬만한 일로는 자극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극의 최소 기준점이 낮아진 상태를 유지하다 보면 일상에서도 큰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디톡스, 의도적 거리 두기를 통해 나의 도둑맞은 집중력을 되찾고 내 삶의 중심을 내가 잡고 스스로 통제하는 삶을 살고 싶다.
오늘도 열심히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여러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