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휴대폰 어디 갔지!?

평생 잃어버렸던 적이 없는데, 하필 도쿄에서??????

by 장뚜기


나는 꼼꼼하고 세심한 편이다.

그래서 평소에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거의 없다.

특히 휴대폰이나 지갑은 29년 간의 인생에서 잃어버려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어릴 때조차도.


그 비결은 바로 가능성을 애초에 0에 가깝게 만드는 것에 있다.

절대 손에 들고 다니거나 바지 주머니에 넣지 않는다.

항상 가방에 보관한다.


기본적으로 들고 다니는 소지품이 많다 보니, 가방은 이제 나에게 필수 아이템이다.

차가 없기에, 가방 없이 문 밖을 나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그런지 휴대폰, 지갑 등을 잃어버릴 확률은 0으로 수렴한다.



그런 내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설상가상으로 일본 여행을 시작하는 첫날, 숙소에 짐을 맡기러 가던 도중.


평소랑 무엇이 달랐냐?

그것도 아니다.

캐리어를 끌고 가긴 했지만, 여전히 내 한쪽 어깨엔 가방이 있었다.



분명 5분 전쯤 회사 메신저 온 거 확인하고 휴대폰 가방에 넣었는데... 어디 갔지?


공항에서 신주쿠 역에 도착해서 숙소로 가던 길이었다.

휴대폰으로 교통카드를 찍고 나가야 해서 가방을 열었지만,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 평소에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처음 잃어버렸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뇌가 정지됐다.



내가 인생에서 처음 휴대폰을 잃어버렸음을 인정하는 데까지 3분의 시간이 걸렸다.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고, 부정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았다.


가장 먼저, 지금까지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잃어버린 시점부터 확실하게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었던 순간까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메신저를 확인하고 휴대폰을 가방에 넣은 것만 같다.

가방 내부가 아닌 가방 외부 주머니에.



이거 누가 훔쳐간 거 아냐? 설마 내가 휴대폰을 떨어뜨리진 않았을 텐데.. 확실해! 이건 소매치기야.



또 다른 현실 부정을 하기 시작했다.

절대 휴대폰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왜냐면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으니깐.

그랬다면 소리를 듣고 내가 인지를 했겠지.


휴대폰은 이미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래서 체념하고, 여행을 시작했다.



여자친구와 함께한 여행이었기에,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음식점에서, 관광지에서 휴대폰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내 휴대폰이 생각났다.


체념을 하긴 했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방법을 계속해서 생각했다.



I lost my phone... i want to find it. help me please~~



호텔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호텔 직원은 COBAN에 가보라고 했다. 코반(coban)은 우리나라 개념으로는 파출소와 같은 곳이다.

신주쿠 역 coban 위치까지 알려줬고, 첫날 여행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coban에 방문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건 경위서를 작성했다.

도쿄 내에 있는 모든 파출소가 사용하는 전산에 나의 정보를 등록했고, 어떤 파출소에서도 휴대폰 습득 내용이 있는지 확인이 가능했다.


이제 나의 희망은 코반(coban)이야...



신주쿠역 분실물 / 신주쿠 분실물 / 신주쿠 유실물


신주쿠 역은 지하철과 기차가 함께 다니는 엄청 큰 역이다.

근데 이런 역에 분실물 센터가 없다는 게 말이 될까?


그래서 위의 단어들로 네이버에 검색을 했다.

"나 같은 사람 한 명쯤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역시나. 있었다.

'Lost & Found'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곳인데, 자세한 위치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부딪혀보기로 했다.

밑져야 본전이니깐.

이게 내 마지막 희망이니깐.



"스미마셍, where is Lost&Found?"


이정표를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이정표가 사라졌다.

그래서 역무원에게 물었다.

역무원은 영어를 잘하지 못했고 만국 공통어 바디 랭귀지와 파파고의 힘을 빌려 안내를 받았다.


신주쿠역 Lost&Found에서 다시 한번 얘기했다.

"I lost my phone... i want to find it. help me please~~"


역무원이 내 휴대폰 신상에 대해 물었다.

잃어버린 날짜, 시간, 장소, 휴대폰 색상, 케이스 유무, 케이스 색상, 배경화면 특징 등.

최대한 성실하게 답했다.

성실하게 답하면 그의 손에 내 휴대폰이 가져 나와질 것을 상상하며.



역무원 왈 "죠또마떼.."


역무원의 '잠시만'이라는 말은 희망이라는 풍선에 공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근데 그가 빈 손으로 돌아왔다.

희망의 풍선이 바늘과 접촉하여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그가 어떤 기계에 열심히 일본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도쿄역 Lost&Found에 네가 잃어버린 날짜에 접수된 분실물에 휴대폰이 있어. 네가 설명한 색상과도 비슷해."

"여기는 도쿄 야에수 북쪽 출구 Lost & Found 센터야"


"아침 8시 30분부터 19시 30분까지만 운영해"


"5월 18일, 신주쿠 역 7859번을 얘기하면 확인해 줄 거야"



다행히 오전 일정을 끝내고 저녁 일정이 비어 새로운 장소로 이동을 하려던 중이었다.

시간은 오후 6시.

신주쿠 역에서 도쿄역까지는 40분.

우리는 바로 도쿄역 행 지하철에 탑승했다.


신주쿠역 Lost & Found 직원의 이야기처럼, 북쪽 출구 Lost & Found를 지도와 이정표를 보고 찾아갔다.

그리고는 그가 적어준 종이와 함께 7859번을 이야기했다.



7859번은 이건데, 이거 네 거 맞아?


그가 휴대폰을 나에게 건네준다.

아이폰, 검은색 케이스. 내 거와 비슷하다.

근데, 뭔가 불안하다. 휴대폰을 잡았을 때의 그립감과 촉감이 내 거가 아닌 거 같다.


일단 휴대폰 화면을 켜고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이건 내 거처럼 4개만 입력하면 되네?

터질 것만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입력한다.


틀렸다.


진짜 내 거가 아니라고? 진짜?

아니? 못 믿어..

딱 두 번만 더 해보자.


다시 번호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아 누른다.

이때의 심정은 마치 대학 합격 발표 페이지에서 스크롤을 천천히 내릴 때와 같다.

등에선 땀이 흐르고, 손이 떨린다.


X, X, X, X.


결과는?


내 거가 맞았다! 내가 매일매일 보는 익숙한 화면을 60시간 만에 드디어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정작 주워서 Lost & Found에 맡겨준 사람은 따로 있지만 그 역무원에게 고맙다고 계속해서 인사를 했다.


드디어 나도 샤워하면서 노래 들을 수 있고,

자기 전에 유튜브 볼 수 있고,

내 휴대폰으로 사진 찍을 수 있고,

목적지를 구글 맵에 검색해서 찾아갈 수 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이번 일을 통해서 배운 게 있다.

중꺾마.

포기하지 않고 집념을 가지고 어떻게 해서든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면 이루어진다.


확대 해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내가 잃어버림을 인지한 순간부터 찾는 순간까지의 내 감정과 생각의 변화를 봤을 땐 확대 해석이 아니다.



다시 한번 도쿄 시민 의식에 놀랐고, 일본이라는 나라가 더 좋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 여행에서는 휴대폰 스트랩을 가지고 갈까 한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이번 여행을 잊을 수 없게 되었고,

고생을 한만큼 재미난 에피소드가 생겼다.

어쨌든 휴대폰은 찾았으니, 과정이 어땠든 상관없다.


10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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