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로부터 파생된 압도당함에서 깨달은 사실
여행을 갔을 때 당신이 반드시 구매하는 것이 있나요?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나의 경우, 옷이나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이다.
한마디로 하면, ‘스타일’.
학창 시절부터 패션은 삶의 일부였다.
의식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그래서 여행을 가면 항상 그 나라의 브랜드 옷을 구매하거나,
여행을 기념할 수 있는 액세서리를 구매했다.
그렇게 나의 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투자했다.
지금까지도.
하지만 추석 연휴가 끝나고 다녀온 후쿠오카 여행에서는 ‘스타일’을 구매하지 않았다.
단, 1개도.
대신, 취향을 선택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내가 원했던 브랜드의 후쿠오카 매장이 없었을뿐더러, 쇼핑을 할 시간조차 부족했기 때문.
스타일과 취향에 대한 선택은 출국하기 전부터 시작됐다.
지갑에 몇 개월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품권을 옷을 사는 것에 쓸 것인지, 향수에 쓸 것인지.
나의 선택은 향수였다. (결론적으론 온라인이 더 저렴해서 상품권을 쓰지 않았지만)
옷이랑은 다르게 향수는 매일 입을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여행의 마지막 날. 없는 시간을 쪼개서 쇼핑을 했다.
평소라면 브랜드의 스토어를 방문했겠지만, 이번에는 LP, 바이닐 샵을 선택했다.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LP들을 일본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것과 가격이 한국보다 싸다는 이유에서.
단순한 이유로 LP, 바이닐 샵을 방문했지만, 압도당함을 경험했다.
몇 천장, 어쩌면 몇 만장이 있는 LP샵에서 내가 아는 LP 앨범은 고작 몇 십장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깐.
수많은 LP 앞에선 난 까막눈이었고, 엄마가 사주는 옷만 입는 초등학생의 나였다.
그동안 스타일에 많은 투자를 했고 그만큼 내공도 쌓였다.
그래서 패션, 스타일에 있어서만큼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취향과 문화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내가 어떤 스타일의 노래를 좋아하는지, 내 취향은 무엇인지를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스태프(점원)에게 물어볼 수 조차 없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스타일을 위해서 턴 테이블(LP를 재생하기 위한 기계)을 산 거일지도 모른다고 깨달았다.
SNS에 사진 한 장을 더 올리기 위해서.
남들에게 취향이 있는 사람,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정작 속은 비어있는. 껍데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국 LP 샵에서 가수 나얼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나얼의 음악세계‘에서 들은 곡 중 마음에 드는 곡이 포함된 앨범을 발견하여 그것을 구매했다.
내 취향이 아닌 나얼의 취향을 믿고 선택한 것이다.
가수 중에 가수. 그리고 취향이 누구보다도 진한 나얼의 선택이니깐. 좋은 게 맞아.라는 생각으로.
다행히 집에 와서 전체 앨범은 2-3번 정도 들어봤는데 나에게 잘 맞았다.
수 천, 수 만개의 취향 앞에서 압도당한 경험을 되돌아보며, 누군가의 취향을 따라 하는 것으로 선택을 내렸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는 그동안 많은 시도들과 선택들을 하면서 나를 잘 아는 줄 알았는데, 아직 부족한가 보다.
남들의 의견이랑은 상관없이.
나의 내면에 집중해서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 볼 생각이다.
그 첫 시작은 음악이다.
POP, JAZZ, R&B, SOUL를 주로 듣는데, 그중에서 정말로 나의 취향은 무엇일까?
다음번에는 꼭 LP샵에 가서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앨범을 하나는 발견할 수 있기를.
P.S. 취향을 발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거나, 본인의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