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안다고 내가 아는 게 아니야
업무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소통을 할 때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추측, 예측, 모호하게 말하는 것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어제 나는 경험을 통해 분명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처음으로 전세를 얻어 2년을 살았던 집에서 집주인과 타협이 되지 않아 이사를 가게 되었다.
나의 계획은 오전에 입주 청소를 진행하고, 오후에 지금 집에서 이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이사 가는 집의 전 세입자가 언제 이사를 가는지 미리 물어서 스케줄을 알아냈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현재 집의 다음 세입자는 나에게 그런 걸 1도 묻지 않았다.
“왜 묻지 않지?”라는 의구심이 들었고, 내가 이사를 가는 날 이사를 오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이사를 이틀 앞둔 어제.
부동산에서 연락이 온 김에 내가 먼저 물어봤다.
나: “저 3월 25일 오후에 이사 갈 건데, 제 다음 세입자는 언제 이사한대요?”
부동산: “왜 오후에 가요? 그러면 안 돼요”
나: “왜 안 돼요? 전 입주 청소하고 들어갈 거라 이미 오후로 이사 예약 끝냈는데요? “
부동산: “왜 안 물어보셨어요? 안 묻고 마음대로 하시면 안 되죠. 원래 전세 이사할 때는 오전에 가는 게 관례예요”
나: “ 그걸 제가 먼저 물어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관례잖아요. 의무나 법이 아니라. 그럼 언제 가든 그건 저의 자유가 아닐까요? 미리 물어보셨다면 저도 조정을 했겠죠. “
여기서 짐작, 추측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 수 있다.
부동산은 다들 오전에 이사를 하니깐 당연히 내가 오전에 이사 가는 걸로 알았던 것이다. 물어보지도 않고. 그게 관례니깐.
이사 가는 집에 이사 날짜와 시간을 2주 전부터 물어본 나와 정말 상반되는 태도였다.
그리고 세입자가 안 물었다고 해도, 중간에서 중개를 해주는 역할이면 물어봐야 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100% 부동산의 잘못이냐?
그건 또 아니다.
나 또한 연락이 계속 오지 않는다면 한 번 정도는 물어서 확인을 했어야 했다.
이 끔찍한 사태는 다행히 내가 이사 시간을 조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같은 상황에 대해서라도 나와 다른 이의 생각이 180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업무를 할 때에도, 다른 업체와 메일을 주고받다 보면 자신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흔히 사용하는 단어이긴 하다.
하지만 나는 그 이메일을 볼 때마다 의사소통을 참 못한다고 느꼈다.
업계에서 통용되는 단어라지만, 누군가는 A라고 알려진 단어를 B라고 사용할 수도 있지 않은가?
심지어 그 단어가 영어이며 줄임말이면 더더욱이나.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사용하는 단어가 듣는 사람이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그러고 있지 않은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사소통의 오류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