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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ashion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영감 받은 우리나라 '숨은' 패피들

코리안 파워

by 장뚜기


재야의 고수들은 흔히 숨어 있는 법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숨어서 자신의 생활을 하고, 실력을 숨긴 채 살아간다.

반면 TV에 나오는 사람들도 분명히 대단한 사람들이다.대중들이 인정할만한 실력을 갖췄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은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 패션계에도 그러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 아재(아저씨)들의 패션을 형언할 수 있는 단어가 몇가지 있다.

예를 들자면, 등산복, 배바지, 양말+샌들 등.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패션이다. 그래서 나의 아버지는 조금 세려되게 입기를 바란다.

하지만 너무나 아쉽게도 이러한 옷차림을 우리는 집에서 매일 마주한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그러하다.)

집에서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에서 또한 볼 수 있다.


이러한 부조화와 눈살이 찌푸려지는 조합과 패션센스가 누군가에게는 영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적 있는가?

너무나도 익숙해 당연하다고 생각 했던 것들, 너무나 가까이 손쉽게 볼 수 있는 패션이 누군가에겐 충격이었다.

한국을 태어나서 처음 방문한 디자이너는 새로운 조합, 신선함에 반했고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컬렉션에 반영했다. (2019FW)

전 세계적인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

이들이 대한민국의 진정 숨은 고수들이 아닌가.




위에서 밝힌 디자이너는 바로 '키코 코스타디노브(이하 키코)'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라고? 누군가는 의문이 들 것이다. 하지만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름이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간략하게 키코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겠다.


키코 코스타디노브


https___kr.hypebeast.com_files_2018_02_kiko-kostadinov-2018-1.jpg 키코 코스타디노브


불가리아 태생으로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을 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브랜드 매킨토시, 키코 코스타디노브 라는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그는 독특한 커팅과 실루엣으로 일찌감치 유명세를 얻었다.

그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우아한 실용주의이다. 하이엔드 감성과 현대적인 워크웨어를 통해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표현한다.

등산화 브랜드인 호카원원 (혹은 호카오네오네)의 신발을 전 세계적으로 유행 시킨 장본인이다. 아마 브랜드 이름이 생소할 수도 있지만 길을 돌아다니다 이러한 신발을 신은 사람을 한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서 데일리로 등산화를 매치하는 사람들이 많아 졌고 인스타그램에서도 흔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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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패션계의 유망주다. 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될성부른 나무 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니 지금을 기준으로 하면 이미 메이저 디자이너다.

그는 일본의 아식스라는 브랜드와 매 시즌마다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고 있고 대부분의 스니커즈는 매번 없어서 못 구할 정도다.

이런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서울을 방문했다.

그에게는 서울은 처음이었다.

아시아권에서는 주로 일본을 방문했었다. (한국과 중국이 패션쪽으로 많이 성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일본이 아시아권에서는 가장 패션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나라이다. 또한 아식스와의 꾸준한 콜라보레이션을 위해서 아식스 본사가 있는 도쿄를 방문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 방문한 한국이라는 나라. 서울이라는 도시는 여러의미에서 충격적이었다.


자신의 브랜드(키코 코스타디노브)의 티셔츠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 길거리에서 팔고 있었다.

(그는 재치있게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서 인증샷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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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보다도 가장 충격적인 것은 자유롭게 믹스매치 스타일링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아재, 할배들.

그가 방문한 장소는 다름 아닌 서울의 동묘.

빈티지 패션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그곳에는 (가 본 사람들은 알듯) 멋진 아재, 할배들이 참 많다.

요즘 유행하는 네온 컬러를 아무렇지 않게 조합하여 소화하는 사람들.

키코가 추구하는 우아한 실용주의에 맞게 우리나라 아저씨, 할아버지들은 등산복을 참 좋아한다.

등산복을 수트 셋업에 매치를 하거나, PK셔츠와 정장바지에 등산화를 신는 등.

그들의 믹스매치는 과감하고 뒤가 없다.

서울 방문 당시 그는 인스타 스토리에 많은 한국 아재, 할배들의 사진을 올렸다. (아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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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street in the world

그가 인정했다.

그가 추구하는 멋과 아름다움 이라는 미적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의 서울이다.

'고프코어'룩을 만들고 이끌어가고 있는 디자이너에겐 우리나라 아재, 할배들은 고프코어의 천재들이며 고수들이다.

(고프코어 룩은 아웃도어 아이템을 의도적으로 시크하고 멋지게 입는다기 보다는 '아웃도어' 아이템을 '아웃도어'답게 입고 무심하고 시크한 놈코어의 가치관을 계승합니다. 놈코어를 계승하면서 그를 뛰어넘는 특징은 '자기파괴적이고 언더적인' 성향을 갖고 '남에게 인정받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재미있는 패션을 입는다.'는 '안티 패션'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 출처 : 아트인사이트


고프코어는 스타일리시하지 않은 옷보다 더 스타일리시한 것은 없다는 가설을 기정사실화 한다.
- ASOS 수석 에디터 수잔느 터커


멋과 아름다움을 추구해야하는 패션계에서 스타일리시하지 않은 것이 유행이 되었다. (어글리 슈즈가 아직까지도 유행인 것처럼)

스타일리시 하지 않는 것이 스타일리시한 것이다.

참으로 모순이다.

하지만 계속 새로움을 추구하는 영역이 패션이다 보니 이제는 무심하게 신경쓰지 않은 패션이 멋있어 보이고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무심한 애티튜드가 꾸미지 않았지만 조합이 좋은 전체적인 스타일링에 마침표 역할을 한다.




아웃도어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나라 아재들과 할배들은 고프코어룩을 입고 있었고 톱니바퀴가 돌아 서로 맞물리기 시작한 것 처럼 키코가 고프코어를 유행으로 만들었다. 고프코어가 트렌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스타일이 인정 받은 것이다. (인정을 안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 같지만)


참 알다가도 모르겠는게 패션이다.

미적 기준은 너무나도 주관적인 성격을 띈다. 똑같은 옷을 보고 누구는 예쁘다고 할 것이고 누구는 이상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개성과 스타일을 가진다는 것은 멋지고 스타일리시한 애티튜드이다.

그러므로 매일 비슷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우리나라 아재들과 할배들은 스타일리시한 것이다.

(누가 뭐라든 My Way.)


고정관념이 참 무섭기도 하고 편협한 사고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이번 사례를 통해 느낄 수 있다.

누가 그들이 스타일리시하다고 생각을 했겠나? (나 또한 거의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전혀 관심도 없었던 아재들과 할배들의 패션이 키코의 인스타에서 보니 멋있어 보이는 것일까?

세계적인 디자이너라는 명예와 명성이 나의 사고를 뒤바꿨다. 개방적이지 못했던 나의 사고의 넓이에 반성을 하게 됨과 동시에 앤디 워홀의 말이 떠올랐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이제는 함부로 아버지의 패션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하면 안될 것 같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조차 인정한 그들의 패션에 감히 이렇다 저렇다 평가를 할 자격이 있을까?

평가를 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패션을 보고 한수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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