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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펴라

발버둥 치는 나를 본다

by 그럭저럭

겨울이 지나고 봄이 기지개를 켠다.

움츠려뒀던 마음이 녹을 때가 돼서 그런지 설레면서도 동시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어쩌면 계절의 영향도 있겠지만 꽤나 오래전부터 이 모양인 것을 보면 나이 때문에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 세상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볼 줄 알았건만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지. 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요즘 들어 부쩍 흔들리는 마음이 커졌다.

그런데 흔들리는 게 맞아?

흔들리는 건지 불안한 건지 모를 그 어중간한 경계에서.

흔들려서 불안한 것인지, 불안해서 흔들리는 것인지 그것은 도통 알 수가 없다.

답답함, 걱정 등의 마음도 있는 것 같고.

딱 하나의 단어로 명쾌하게 진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소용돌이 속에 있는 건 맞다.

나이에 따라 남자의 경우는 에스트로겐 대비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적어져 균형이 변화한다던데.

설마 갱년기는 아니겠지..(급우울해지네. 근데 아직 40 초반이잖아;;)

직업과 의식주 등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단과 물질은 보통 수준으로 마련해 놨지만 이런 것들이 흔들리는 나를 잡아주지 못한 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흔들릴수록 마음 챙김을 위한 책을 펼쳐든다.

평온해지는 것 같은데 그것도 잠시뿐 공허한 마음은 이내 다시 커진다.

그래도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텅 빈 시간 속에서 자꾸 안으로만 파고드는 생각에 지배되어 책을 펼치고 생각 없이 책장을 넘긴다.

방금 읽었지만 내용이 기억나는 건 아니다.

그다음엔 바깥에 나가 몸을 움직인다.

산책도 좋고 러닝도 좋고. 산책보다는 러닝에 무게를 둔다.

헐떡헐떡, 30분을 뛰고 나면 숨이 가쁘다.

그 순간만큼은 힘들어서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잠시 후 호흡이 원래대로 돌아오면 그저 숨 쉴 수 있음에, 건강해서 뛸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가끔은 정신보다는 몸의 건강이 더 중요함을 깨닫는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갈증이 밀려오고, 맥주 한잔 할 생각에 몸이 가벼워진다.

나의 일상은 단조롭다. 집과 사무실.

겉으로는 너무 단조로워서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흔들리는 마음 때문에 세상의 온갖 고민과 고통을 짊어진 거 같다.

이보다 심플할 수가 없는데 그 속에도 내적 고민은 피어난다.

조금이라도 가뿐해지기 위해 사무실을 벗어나는 순간 더욱더 무거웠던 마음과 거짓된 미소를 던져버린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사무실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발버둥 치는 나를 마주한다.

집에서만큼은 아주 걱정 없이 편안한 상태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시간을 채울 줄 알았는데 노력이 필요하다. 발버둥이라는 노력. 발버둥 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흔들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의 이유는 나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책을 읽는다거나 몸을 움직인다는 행위들.

행복, 일상에 감사하기 등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에 집중해 보는 것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 건강해지기 등과 같은 발전적인 요소들을 찾아 집중해 보는 것들이 나에겐 발버둥이다.

흔들려서 발버둥 치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타인의 말에 흔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중심을 잡기 위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흔들림은 언제나 허용되니까.

깊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 흔들리나 보다 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겨본다.

오늘도 정신, 내면, 감정을 살펴보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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