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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Grace Oct 26. 2024

살아있는 것은 나 하나. 이 곳에.

내 집에 살아있는 것은 나 혼자뿐이구나.

이 생각이 집이 아닌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고 한 카페에 앉아 다른 아르바이트 공고를 훑어보며 나의 머리를 때렸다.

왜 나는 그런데도 조금씩 외로움이 차오를까, 왜 나는 행복만 하다가 아주 가끔 불안과 불행의 맛을 나의 혀끝에서 느낄까.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나는 아주 간단한 핑계로 대신했다. 이 문답을 다른 어른들 앞에서 했다면 뺨 수 대는 맞았으리라.


그 외로움을 안은 채 나는 카페 밖을 나서 서성이기 시작했다.

집에 다른 무엇인가를 채워야 할 것 같은 강박감이 나의 머리를 조여왔고, 나는 홀린 듯이 두 군데의 소품 가게와 한 군데의 책방과 한 군데의 꽃집에 들어갔다.

현재 백수인 나의 지갑은 그다지 여유롭지 못하다. 아마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하고, 취업제도에 선정되지 못하면 더 빠듯해지겠지.

그런데도 나는 책 방에서 가격을 물어가며 아주 저렴하게 손때 탄 소책자 한 권과, 꽃집에서 묻고 또 물어 비교해가며 작은 재스민 화분 하나를 샀다.


혹여나 깨지면 다시 사야 하니 아주 조심스레 언덕길을 올라 집으로 향했다.

6평짜리 나의 작은 방, 나는 짐을 내려놓기 무섭게 화분을 들고 이곳저곳에 비교해보며 놓을 공간을 정했다.

그래도 꽃이니까 햇볕은 받아야겠지.

겨우 화분을 놓고 멀찍이 (그래봤자 원룸 안에서지만) 서서 화분과, 창을 타고 들어오는 햇살과, 아직은 쌀쌀한 바람을 바라보고, 맞으며 살짝 울컥했다. 아마 눈물도 맺혔겠지.


나는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해방촌을, 부암동을, 연남동을, 심지어 제주도를 혼자 다니며 내가 좋아하는 곳들을 딱 나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들으며 걷고, 내가 좋아하는 음료와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아직, 그리고 그 취향이 바뀔 일은 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지금 울컥하고 눈물이 조금 차오르는 것은, 그런데도 나에게는 조금씩 외로움이 차올랐기 때문 아니었을까?

그 외로움이 가끔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나를 잡아끌 때, 어쩌면 나는 내가 직접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가끔 떠들던 짝사랑의 웃긴 기억들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과 그때의 바보 같은 나의 모습을 희화화하는 것이 아닌, 조금씩 더 외로워지고 있는 나에 대한 연민이었을까?

작은 책자와 화분을 한 손에 들고, 하늘과 땅 사이 어딘가를 응시하며 내뱉었던 기억이 나지 않는 욕 몇 마디는, 어쩌면 내가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 사이 그 어디쯤의 나에게 뱉는 원망이 아니었을까?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아마도.


나는 그런데도 살아남았지. 나는 그런데도 조금씩 빛을 향해 가고 있지.

자신을 달래고 달래며, 오늘도 그 빛을 보려고 나는 가겠지.

어쩌면 나의 스물아홉은 가장 바닥에 있던 나의 스물여덟로부터 도망치는 발버둥이려나.

괜찮다. 그리고 더 괜찮아지고 있다.


재스민의 꽃말을 찾아보니, [당신은 나의 것], [사랑의 기쁨]이라고 한다.

그냥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괜찮다.

위로보다는 고통이 아주 조금 더 익숙하니.

나는 정말 괜찮다.

아마 너도 괜찮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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