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 같다.

나에게는 이런 것이었다.

by TheGrace

어쩌다 보니 몸에 배게 된 습관 같다.

어질러지기 시작해서, 더 이상 청소할 엄두가 나지 않는 작은 여섯 평 방 같다.

아침에 일어나 멍한 정신으로 입에 머금게 되는 차가운 물 같다.

어느새 다시 찾아 듣게 되는 십 년 전 사랑했던 앨범 같다.


바다를 볼 때 마음속에 밀려들어오는 벅참 같다.

커다란 산을 올려다볼 때 나지막이 찾아오는 존경심 같다.


땅을 바라보는 일이 더 많아진 내가, 무심코 하늘을 바라볼 때, 두 눈을 가득 채우는 밝음 같다.

하루가 너무나 고되어, 어떤 일상을 보냈을까 기억도 나지 않고,

굳이 기억하고 싶지도 않는 날들 가운데 문득 떠오르는 벅차올랐던 순간 같다.


눈동자 같다. 가로등 몇 개만이 밤을 겨우 밝히고 있던 그날 밤 공원 벤치에서,

캔 하나를 손에 들고, 나의 눈을 지그시 비추던 눈동자 같다.

삶의 끝을 걷던 비루한 나의 몸뚱이를 막아서며, 다시 한번 삶의 이유를 되뇌어주던 그 목소리 같다.


반복되던 실수와 시행착오들 앞에서 실망하는 너를 바라보며,

방에서 혼자 울었던 나의 모습 같다.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했지만, 뒤돌아 섰을 때 아직 남아있는 나의 최선과 미련에, 밤을 새워가며, 또 그 다음날 밤을 새워가며 너의 모습을 그리고 또 그렸던 나의 이십 대 초반의 밤과 같다.


해 주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해주었다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단어들을 다 너에게 건네었다고,

눈빛을 너에게 건네었다고, 나의 목소리를 너에게 건네었다고,

진심이 전부 전해지고, 나의 최선이 너에게 닿았다고 속단했던 나의 무지의 소치로 빚어진 고통이었다.


그 작은 마음은 나의 편지지 한 장에 가득 담기기에는 초라했을까.

어색한 단어들과, 꾹 눌러쓴 진심은 그 편지지 한 장에 전부 담겼을까,

아니면 다른 곳을 보며 따르다 쏟아져버린 물처럼 많은 것이 종이 밖으로 흘렀을까.


이제 와서 그리운 마음은 미련이고,

이제 와서 후회되는 것들은 과거의 작은 나에 대한 연민이겠지.


작은 방 한편에서 나는 다시 한 글자씩 적어간다.

그때의 내가, 그때의 네가 좋아했던 곡이 어쩌다 보니 흘러나와서,

다시 한번 한 글자씩 눌러가며 적어간다.


그래, 전부 사랑이다.

그래, 그 모든 게 사랑이다.


사랑이었고, 나의 사랑의 모습이었다.

어디에서 지내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단 하나도 알 수 없는, 알아서도 안 되는 너와 함께했던.


그래. 이제라도 알았으니 된 거야.

그래. 이제라도 알았으니 된 거야.

그때의 나의 무지는 너에게 상처가 되었고,

나에게는 큰 미련으로 남았으니.


이제라도 한 번, 두 번 접어서 넣어두려 한다.


꺼내보지 않을 서랍 가장 깊숙한 곳에.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시간이 지나 우연히 발견해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오래 두려 한다.


그것이 아마, 이미 지나가 버린 사랑에 대한 나의 마지막 최선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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