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Water Without Borders (WWB) 프로그램의 현장 체험 학습. 페루의 수도 리마와 북쪽에 위치한 우아라스 지역을 다녀왔다.
10명의 석사, 박사 학생들이 모여 함께 다녀온 field assignment (견학) 이었다. 우리는 각각 다른 공부를 하고 있으며, 간호사이면서 보건 공부를 하고 있는 나, 미세 플라스틱 연구를 하는 엔지니어, global health를 공부하는 학생, ecology를 공부하는 학생 등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모인 자리였다. 그런 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 달랐고, 똑같은걸 보고 듣고 배워도 분석하는 방법이 달라서 참 신기했다.
WWB는 유엔 대학교 (United Nations University- Institute for Water, Environment, and Health)와 맥마스터 대학교가 함께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써, 해마다 10명 정도의 학생을 뽑아 각자 하고 있는 석사나 박사 공부와 함께 세계적인 물에 대한 이슈를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9개월 동안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 중 열흘 동안 운영되는 field course는 다른 나라로 떠나서, 그 나라 물에 대한 여러 가지 이슈를 보고 배우며, 현장에서 만나는 분들과 소통하며 정보를 주고받는 기회다. 난 물론 간호사/보건 학생으로서 물이 인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 대해서 배우고 체험 해보는 목표로 다녀왔다.
토론토에서 8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곳은 한창 여름인 리마였다. -16도의 날씨에서 27도를 맞이 하니 그야말로 내 시스템에 충격이었다. 사막 위에 위치한 리마는 태평양의 영향 때문에 공기가 사막치고는 굉장히 습했다.
리마는 이집트의 카이로를 다음으로 사막에 위치한 도시 중 세계에서 두 번째 큰 도시다. 인구는 12,000,000. 그만큼의 인구가 살기엔 터무니없이 물이 부족한 도시이다. 리마 인구는 단 하나의 강, Rimac (리막) 강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사용한다. 해마다 늘고 있는 리마의 인구와 지구 온난화 때문에 리막 강은 말라 가고 있다. 한때는 물고기로 넘치고 건강했던 강이 이젠 쓰레기와 오염 때문에 색깔이 갈색으로 변해버렸고, 물고기가 살 수 없는 만큼 오염이 된 강이다. 리마의 물은 Sedapal이라는 큰 회사가 필터를 하며 집으로 제공이 되는데, 캐나다처럼 수도꼭지에서 바로 받아 마실수는 없다. 마시는 물은 플라스틱 병에 담긴 물을 편의점에서 돈을 주고 사야 한다. 차를 타고 이동을 하다 보면 도로에서 플라스틱 물을 파는 사람들이 꽤 많다.
리마의 Rimac (리막) 강. 딱 보기만 해도 물이 많이 없고 흐르는건 오염된 흑탕 물이다.
리마는 빈곤층 인구가 많다. 도시 중심을 벗어나면 사막 언덕에 위치한 컨테이너 같은 집들이 빼곡히 설치되어있는 걸 볼 수가 있다. 충격적인 건 대부분의 집들이 물이 없다. 아예 물이 나올 수도꼭지며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적인 부엌이나 화장실 싱크대 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돈이 있는 집들은 Sedapal이 운영하는 water truck이 1-2주마다 한 번씩 올면 돈을 주고 물을 산다. 그 물은 탱크에 저장하여 일상생활에 쓰인다.
리마 도시 중심을 벗어나면 보이는 사막 위에 설치된 집들.
그마저 없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최근에 베네수엘라에서 넘어온 난민들은 정부의 도움이 없어서 이웃들에게 구걸하여 물을 받아 쓴다. 하루에 몇 시간을 물을 떠 오는데 쓴다고 하였다.
이런 리마에 대해 보고 배우며 더욱더 안타까운 점을 발견하였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리마의 도시 중심은 사막 도시가 아니라고 착각할 정도로 파랗고 아름다운 잔디밭들이 많았고, 꽃이며 나무며 여러 종류의 식물들을 볼 수가 있었다. 물이 부족한 도시 치고는 정부에서 꽤나 공들여 유지를 하고 있었다. 난 서글퍼졌다. 물이 없어 구걸하는 가족들, 목이 말라서 때를 쓰는 아이들, 너무나도 절실하여 정수되지 않을 물을 마셔 설사병에 걸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도움을 주기는커녕 관광객들에게 잘 보이려고 잔디에 물을 주는 정부가 참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