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강하던 날, 이태원으로 향하는 버스 안이었다.
4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 되어보이는 부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
그보다 서너 터울 아래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와 같은 버스에 올랐다.
좌석이 부족해 큰 아이는 혼자 내 두 칸 앞에 앉았고,
엄마와 막내아이는 내 앞에 나란히 함께 앉았으며,
아빠는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처음에는 내 할일에 바빠 신경쓰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아빠가 아이들의 이름을 상냥하게 부르며 눈을 맞추고,
기분을 묻는 소리에 눈과 귀를 몰래 열었다.
아빠는 특별히 미남이라고는 할 수 없을 평범한 아저씨의 얼굴이었지만,
그 한껏 다정하게 누구누구야,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 내가 다 설렐 지경이었다.
그런 다정한 아빠와의 조화가 좋아보이는,
안정감과 단호함, 동시에 부드러움을 모두 갖춘 듯 보이는 엄마도 역시
작은 아이 옆에 꼭 붙어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러한 부부 아래 당연하다는 듯 아이들의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큰 아이는 혼자 앉아있음에도 한번씩 부모와 눈을 맞추며 씩씩하게 앉아있었고,
작은 아이는 발랄하지만 조용하게, 제 엄마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네 가족은 목적지에 다다랐고,
버스에서 내린 후 아빠는 몸을 낮춰 한 아이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고,
엄마는 다른 아이와 함께 그런 아빠를 잠시 지켜보다가, 넷이 함께 길을 떠났다.
나는 버스 안 앉은 자리 그대로, 창 밖으로 네 가족이 동시에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야말로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 이와 동시에, 그들의 생각에도 우리는 이상적인 가족이야, 생각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많은 일상 중 하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가족이 서로를 보살피는 안정적인 환경이 일상이라는 것은 얼마나 굉장한 축복인가 싶었다.
2) 부부의 연애 시절이 궁금했다. 아빠가 어찌나 다정하던지.. 다정한 말투 하나만으로 존경심이 들 정도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