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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솔 Oct 11. 2024

솔깃하게 다정한



햇빛이 강하던 날, 이태원으로 향하는 버스 안이었다.


4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 되어보이는 부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


그보다 서너 터울 아래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나와 같은 버스에 올랐다.


좌석이 부족해 큰 아이는 혼자 내 두 칸 앞에 앉았고,


엄마와 막내아이는 내 앞에 나란히 함께 앉았으며,


아빠는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처음에는 내 할일에 바빠 신경쓰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아빠가 아이들의 이름을 상냥하게 부르며 눈을 맞추고,


기분을 묻는 소리에 눈과 귀를 몰래 열었다.


아빠는 특별히 미남이라고는 할 수 없을 평범한 아저씨의 얼굴이었지만,


그 한껏 다정하게 누구누구야,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 내가 다 설렐 지경이었다.


그런 다정한 아빠와의 조화가 좋아보이는,


안정감과 단호함, 동시에 부드러움을 모두 갖춘 듯 보이는 엄마도 역시


작은 아이 옆에 꼭 붙어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러한 부부 아래 당연하다는 듯 아이들의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큰 아이는 혼자 앉아있음에도 한번씩 부모와 눈을 맞추며 씩씩하게 앉아있었고,


작은 아이는 발랄하지만 조용하게, 제 엄마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네 가족은 목적지에 다다랐고,


버스에서 내린 후 아빠는 몸을 낮춰 한 아이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고,


엄마는 다른 아이와 함께 그런 아빠를 잠시 지켜보다가, 넷이 함께 길을 떠났다.


나는 버스 안 앉은 자리 그대로, 창 밖으로 네 가족이 동시에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야말로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 이와 동시에, 그들의 생각에도 우리는 이상적인 가족이야, 생각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많은 일상 중 하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가족이 서로를 보살피는 안정적인 환경이 일상이라는 것은 얼마나 굉장한 축복인가 싶었다.


2) 부부의 연애 시절이 궁금했다. 아빠가 어찌나 다정하던지.. 다정한 말투 하나만으로 존경심이 들 정도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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