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코드

by 여름나무

어쩌다, 어쩌다 그리 됐을까?

참 산다는 게, 그리 좋고 무난하던 기억들은 다 어디로 가고 후회스럽고 좋지 않은 기억만 남아 이렇게 사람 마음을 휩쓸고 쓰리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뭐 딱히 그거라 할 수도 없는, 꽃도 아플까 꺾지 않으려 했고 발밑으로 지나는 개미도 밞지 않으려 애쓰며 살았건만, 왜 그리 바보 같았던 기억들은 어젯밤 꿈처럼 잔영으로 남아 한순간 가슴을 턱치고 올라와 한심하다는 생각으로 머무르는지 모르겠다.


습관처럼 자조적인 되뇌임 을한다.

“바보 같은, 한심한”그러다 결국은 미친년이 된다. “미친년, 미친년, 내가 미 쳤지, 똘똘치못하게, 왜 그리 한심했을까?”우습게도 위로가 된다.


바쁜 출근 준비 중임에도 스치는 바람이 쓸쓸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밀려오는 감정인지, 왜 이렇게 미묘한 감정에 빠져 끝도 모를 곳으로 자꾸만 던져지는 기분이 드는지, 분명 의도적으로 그러고자? 한 것도 아닌데,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쓸쓸함이 사람을 김 빠지게 만든다.

김빠진 인간이라니, 살아 숨쉬는 이 순간이 행복하기나 한걸까? 행복의 의미를 제대로 알기나 하는 건지 의문 부터 가져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또 뭔 엉뚱함 인지?

햇살이 드는 마루에 드러누워 바람을 느껴 보는 일,

슬픈 음악에 괜한 눈물도 뚝뚝,

과한 개그맨의 유머에 생각 없이 웃어 젖혀도 보고,

그런 적도 없으면서 죽을 것 같은 사랑에 아직도 가슴이 미어지는 듯,

그러다 이젠 뭐 별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아프지 말고 늙어가야지 싶은 맘에 이만하면 감사해야지로 마무리를 한다.


뭐 행복이 별건가?

그렇지만 별거다. 정말 행복은 별거인 거다. 희망사항이야 서로 다르겠지만 모두가 행복하고 싶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너나없이 그리 흔들리며 별거 아닌 것처럼, 결국은 체념하듯 푸념을 쏟아낸다.

즉 별거니까 바라다, 바라다 지쳐 그를 먼저 내쳐버리는지도 모를 일이다.

허나 양심도 없는 것이, 너무 아파 기대를 그만 접을까 싶으면 한순간 아주 조금씩, 조금씩 행복을 맛 보인다. 병아리가 울기나 하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병아리 눈물만큼 이다. 아마 그놈은 철두철미 하게 저만의 어장을 관리하는 놈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 같다. 산다는 건 끊임없는 쓸쓸함,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아쉬워 미칠 듯 쓸쓸하고, 기다리는 것은기다리는 대로 애가타 우습고 쓸쓸하다. 그러나 누구나 똑같은 쓸쓸함에 젖어 살지는 않겠지, 지나간것에 웃음을지으며 기다리는 것에 행복해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몹쓸, 어쩌면 흐르는 핏속에 감춰진, 천형 같은 기질을 가진 자만이 죗값을 치르듯 완치도 못할 쓸쓸함에 긴 투병생활을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완치가 안된다면 껴안고 살수 밖에, 암 받아들여야 지하면서도 계절이 바뀌는 이쯤엔, 왜 그놈이 그렇게 더 도도하게 고개를 뻣뻣하게 쳐드는지, 쥐어박을 수도 없고 참 난감한 일이다.


그러고보면 잠깐이다 싶다. 더워죽겠다도 잠깐, 추워 죽겠다도 잠깐, 보고파 죽겠다도 잠깐, 살다보면 살아지는 날들인데, 그런데 왜 그놈의 쓸쓸함은 잠깐이 아닌, 매 순간 사람을 보채며 진(津)을 빼는걸까? 뜨겁지도 차갑지도 못한 건지, 빙산의 뿌리보다 더 차다 못해 뜨거워 시큰둥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건지, 도대체 그놈은 뭘 먹고살길래 그리 질긴 것인지, 그나마 잡히지 않아 다행이지, 아마 잡혔다면 길바닥에라도 자빠트려놓고 머리 끄댕이라도 한 움큼 시 원스 레 뽑아버렸을 것이다.


무게를 두기로 했다. 그놈의 쓸쓸함이 어린 시절에 다형성 된다는 프로이트에게, 내 탓이 아니다. 그렇게 길들여졌기에 그렇게 살뿐, 그러면서도 박쥐처럼, 살아가는 동안 변할 수도 있다는 에릭슨에게 희망을 건다.

이런 마음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


오늘 하루는 버틸 수 있을까? 분명 그놈의 쓸쓸함은 다시 보란 듯이 침습해 올 것이다. 이왕 쳐들어 올 거면 그럴싸한 멋들어진 놈이었으면 좋으련만, 그놈의 쓸쓸함은 음흉하고 언제나 그늘져, 멋이라곤 일푼어치도 없는 그런 놈이다.


정말 발광에 가깝던 여름도, 젊음도 가버리나보다. 눈물 콧물 다흘리며 이렇게 미련을 떠는데, 정말 인정 머리라곤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할 수 없다. 이왕 떠나는 거, 지난날들을 따져보며 어떤 것이 살아갈 날들에 이득이 되는지 계산도 해봐야 하겠다.


언제나 가을이 두렵다. 죽을 것 같으면서도 대범한 척, 별거 아닌 거로 치부하면서 살아가야 할 가을,

아 어쩔거나 이 빌어먹을 2-7 코드. 남은 인생은 그놈의 쓸쓸함에 손해 보는 짓은 모질게 그만두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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