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여행기

by 여름나무

숨 좀 돌리자 싶다. 뭣이 그리 급하다고 서둘러 왔을까? 생각해보면 바빠도, 바쁘지 않아도 숨이 차 헉헉거리긴 메 한 가지였다. 이젠 숨이 차다못해 가슴마저 저려오니 숨 좀 돌릴 때가 되긴 된 것 같다.


우물안 개구리로 살다, 우물 밖 세상을 접하게 된 건 우연찮은 일이었다. 가뭄이 들어서다. 가끔 풍덩풍덩 노닐던 물웅덩이가 마르기 시작하더니 이끼마저 타들고 바닥은 마르다 못해 쩍쩍 갈라져 버렸다. 언제나 그렇듯 넉넉할 때 물탱크라도 만들어둘 걸 하는 뒤늦은 후회가 아쉬움을 낳는다.


어디 사람이 살아가는 게 물없이 가능한 일인가? 물길을 찾아 곡괭이질에 삽질, 하늘에 빌어도 보지만, 야속한 하늘은 더 충실치 못한 삶을 벌하듯 물길을 내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일, 살아가기 위해 우물 안이 아니면 밖에 서라도 물길을 찾아 끌고 와 야한다.


고개만 젖히면 보이던 하늘이었건만 우물이 그렇게 깊었던가? 우물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떨어지고 미끄러지며 곤욕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거 보면 개구리 왕자의 속마음은 아무래도 공주보다는 저 바깥세상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과 세상을 겸 할 수 있었으니 왕자의 계산이 참 야무지다.


손톱 끝이 다 닳아서야 세상 밖이다. 그리 힘들게 나왔건만 우물 밖 언어는 이해하기에 통역이 필요했고, 한사람이면서 입과 맘이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그래도 내가 누군가? 우물을 넘어선 특공대원이다. 눈치 코치로 물어물어 물길을 찾는다.


두리번두리번, 우왕좌왕, 겪고 보니 참 특별할 것도 없는, 걸친 포장지를 벗겨내니 우물 안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세상이었다. 물길은 말라가고 있는데, 더 차지하려는 자와 쓰러져 애타는 이의 교차되는 눈빛만이 허망할 뿐, 물길을 살려보려는 이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마르지 않는 물길을 찾을 수 있을까? 깊은 산속 옹달샘은 몇호선을 타고 어디서 내려야 찾아갈 수 있는지? 이정표가 없다.


숨도 고를겸 지도를 펼쳐놓는다, 커피도 한잔 마시고 넋 놓고 있는 내게 바람이 훈수를 둔다. 왜 물길만 찾는지? 말라 가고 있는 물길의 이유를 알아보란다. 그러고 보니 문제 해결을 위한 우선순위가 틀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 참 무던한 사람이라 생각을 하며 살았는데, 센서 좋은 믹서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작 필요한 부분에서는 민감하지 못하면서, 아둔한 몸통으로 외부의 어떤 자극이든 분쇄하기 바빴던 거 같다. 분명 매일매일 바쁘게 무언가를 해왔던 거 같은데 돌아보면 제 자리다.


딱 이맘쯤, 내가 나를 바라보게 되어서 좋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혼잣말을 내뱉으며 그 말을 주워 들었다. 떨어지는 시력이야 어쩔 수 없지만 보다 깊고 넓어지는 시야를 갖아야 할 것이다.


이제야 여행준비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코드를 뽑고 뭐든 갈아대는 행위를 멈추어야 할 것 같다.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키기 바빴던 식습관처럼 세상을 그리 살아왔음을,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제대로 살펴봐야하는 습관을 길들여야 할 것이다.


천천히, 이제부터 남은 삶이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다시 숨 고르기부터 배워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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