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

by 여름나무


참 시원합니다. 개운하다는 게 이런 기분이죠? 오늘따라 거울에 비추인 제가 조금 더 섹시해 보입니다. 몸이 상쾌하니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고 나도 모르게 올라간 입꼬리는 탱글탱글 빛나는 눈동자를 따라가며 웃습니다. 까짓 거, 거울 한번 보고 씩웃어줍니다.


주말 내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쉼 없이 집어넣고 뒹굴 뒹굴만했으니, 몸도 무겁고 딱히 어디랄 것 없지만 찌뿌듯한 게, 영 아니올시다 했거든요. 그러니 지금 얼마나 기분이 좋겠습니까? 한 일키로 정도는 빠진 거 같은 게, 바람 불면 날아갈까봐 걱정됩니다. 하하


배설만큼 시원하고 개운한 게 또 있을까요? 반대로 이걸 못해 변비다 뭐다 하는 것처럼

찝찝한 것도 없지요. 아마 이 기분만큼 사람 안 따지고 평등하고 공평하게 좋은 건 없을

거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행복이란 거 뭐 별거 아닌가 봅니다. 우리 집 콩이도 매일 응아 한번 하거든요. 고놈 응아 할 때 보면 두 눈 지그시 감고 꼭 부처님 표정이네요. 빌어서 된다면 로또 한 번 사보겠구먼, 허 그새 물욕이,


사는데 소모하는 감정들이 이리 단순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남녀 사이나 상하관계, 갑과 을 등 다수의 문제들이 말이지요. 그런데 삼키는 건 많고 배설은 시원치 않으니 모양새도 참 울퉁불퉁합니다. 뭔 욕심은 또 그리 많은지, 필요치도 않으면서 갖고보자 입니다. 그러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것들을 뱉어내지도 못하고, 버리자니 아깝고 갖자니 답답합니다.


배설이 이렇게 시원한 줄 알면서그걸 제대로 못하고 사네요. 누구나 너무 잘 알고 있는 쉬운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삶에도 균형있는섭취를 해야 할 것인데, 그래도 부족하면 장운동에 도움이 되는 보조식품도 먹어야 할 것이고, 정 안되면 효과 좋은 변비약이라도 먹으면 될 텐데, 왜 그렇게 날마다 배설이 힘든지 모르겠네요.

작가의 이전글개구리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