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그렇다. 이런 건지 저런 건지, 알람이 울기도 전에 습관적으로 깨버린 잠에
서둘 것 없어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한다.
선거 덕에 주어진 하루의 여유가 오히려 어쭙잖은 애매함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하루 늘어져도 좋다 생각이 되면서도 꼭두처럼 매여진 익숙한 생활이, 툭하고 끊어진 줄에 어찌할 바 몰라 당황스런 기분이 들게도 되는 것이다.
이것 저것 해야 할 일의 순서가 빠지니 바삐 움직여야 할 동력은 멈추고 그 틈새를 놓치지 않은, 굳은살에 무뎌진 묵은 감정들은 쳐올라 김빠진 싸움을 걸고 만다.
차라리 아직도 가슴을 쥐어뜯을 만큼의 사랑에 대한 기억 때문이라든가, 처절하게 쓰러져 눈이 멀어지도록 보고픈 사람에 이야기라도 된다면, 몇 편의 시가 되어 쓰여 질만도 하건만, 기껏 무뎌지는 것들에 대한 받아들임을 어떻게 처리하며 내가 어찌 변해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지나친 우려가 되기도 하는 상황이다.
살아가는 날에 알록달록한 색상이 빠지니, 무슨 색으로 남아야 할지 한 참 고민을 하게 된다.
매일같이 사는 날에 지나치게 무뎌진다거나 여리게 흔들리고 만다는 투덜거림도, 잠시 그 고민을 벗어나고픈 엄살에 불과한 것이다.
“잠을 설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불행한 사람들은 늘 자신의 불행을 자랑 한다” 그리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언제나 타인을 이해시키기 위해 설명을 한다 하지만 결국 끊임없이 자신을 변명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꾸 돌아보게 된다.
가장 길한 날을 잡어, 죽어가는 감정들을 꽃상여에 태워 땅에 묻어버리면 그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질까? 아직 내안에 남아있는 사치스런 감정마저 난도질을 해 같이 묻어야 될지도 모르겠다.
늘어질 대로 늘어진 테이프처럼 머물다 겨우 하루를 시작한다.
투표를 하고 둘레 길을 오른다.
바람이 부는 날이다. 꽃잎이 어린 발레리나 처럼 작은 발 끝으로 온 산을 제 무대삼아 사뿐사뿐 춤을 추고 있었다.
흐릿하던 머릿속이 선명해진다. 걷던 길을 멈추고 "아이 예뻐라, 칭찬해" 한다.
어느 누군들 그러하지 않을까?
며칠보지 않았다고 산은 토라져 옷을 갈아입고 모른 채 서있다. 햇빛에 연두 빛 소매 끝으로 내 비취는 속살이 빨긋하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숨기며 나무에 손을 얹고 달랜다.
"예뻐, 애썼어, 칭찬해"
분홍빛 치마 끝을 살짝 들어 힌 버선발을 내 보이며 나무가 돌아서 빙그레 웃는다.
지금보다 더 좋은 날이 있을까?
어린 자녀를 챙기며 걷는 부모,
애완견을 챙기는 처자,
홀로 걷는 씩씩한 수녀님,
손자와 걷는 할아버지,
다정한 부부,
봄을 담는 사진사,
개나리 덩굴 사이로 숨어드는 새들,
어느 곳이고 넘치는 향내,
딱 요만큼만,
잠깨어 시작하는 하루가,
매순간이 이러기를 바라면,
지나친 욕심일까?
미워 할 것도
욕심 낼 것도
애가 탈 것도
다 부질 없는 짓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뭐든 다 퍼주어도 좋다
오늘 이대로만,
마음 가득 기쁨이 충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