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 고갯길을 힘겹게 한 고개 넘어선 거 같습니다. 한 번도 깨지 않고긴 잠을 자고 아침을 맞았네요. 차 한 잔에 숨을 돌리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비님이 오시려 하네요. 어떤 풀꽃보다 내가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지나치게 사막화되어가고 있었거든요.
모처럼 색조화장을 합니다. 빗님이 저도 살구 빛 도는 꽃으로 보도록 말이죠.
퇴근길에 오가던 길을 벗어나 서점에 들러볼까 합니다. 옷장을 열어 좋아하는 롱스커트에, 미칠 노릇이지만 경고 없이 들락거리는 열을 피하기 위해 반팔티셔츠에 입고 벗고 편한 스웨터 걸칩니다.
이 정도면 작은 꽃나무는 아니어도 늙은 꽃나무 정도로 빗님이 속아주려는 지도 모르겠지요.
오늘은 이십 일가량 잡고 있던 책의 남아있던 몇 장을 마저 읽으려 합니다. 책을 접하다 보면, 어느 분의 글은 독자로 하여금 지나치게 각성하게 하여 주변의 색상이 빛을 잃게 합니다. 지나치게 서정적이라 온 세상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밝게 보게 되는 것과는 반대의 현상이죠. 하지만 자식 놈 다시 섞어 반으로가를 수 없듯 이 책 또한 그런 거 같습니다.
까닭 없이 지치는 그런 날이 있습니다. 모든 게 시큰둥해지며 봄빛마저 사라진. 안 그런 척애 써보지만, 어쩔 수 없이 들키고 마는 마음입니다.
슬프도록 아름답게 피어 난 봄에게 미안해 환하게 웃어보려 하지만, 속앓이는 혼자만의 싸움이 되네요.
산길이 그렇습니다. 우리의 눈에는 수직적인 정상만 보이지만, 가다 보면 오르막 내리막길을 걷게 되지요. 사람의 마음도 그러하며 인생길을 걷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 한 고비를 넘길 때마다 배우게 되는 것이 감사함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늘은 사랑에 관한 책을 사볼까 합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사랑의 감정에 빠져 조금 두근거려보고 싶네요.
마음이 참 가벼운 하루의 시작입니다. 지하철을 내려 걷는 길에 습기를 가득 흡수하며 지난 글을 꺼내봅니다.
오늘도 비가 내리네요.
그대란 우산을 펼칠까 합니다.
빨 주 노 초 파 남 보
그대 있어 웃음 피어나는 하루입니다.
그대의 우산 속에서
월, 화, 수, 목, 금, 토, 일
행복한 하루이고 싶습니다.
밤 내린 지하철역 계단 끝
오늘도
젖어 흔들리는 불빛에
그대 향한 그리움 흔들립니다.
그대란 우산을 펼쳐 듭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고인 빗물에 그대 나를 따라 걷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