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하다 해서 찾아간 곳이 뭔 철학관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그 아들이 대를 이어하는 곳
팔자가 무슨 차를 갖고 사느냐와같다한다
그러니 티코를 갖고 있든 벤츠를 몰든
가야 할 곳 끝까지 잘 몰고 가면 되는 거지
벤츠를 몰고 가도
논두렁에 쳐 박으면 소용없는 게 팔자란다
그러면서 그 차를 몰고 가는 운전수의 역할이 이름이란다.
듣고 보니 그럴싸하다
틀린 말도 아니다
별말도 아닌데 팔자거니 하며
벌써 많은 것들이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점집에 가나 보다.
용하긴 용하다.
생각해보니 벤츠는 아닌 것 같고
티코 정도는 되나 본데
허 참, 면허가 없다
그러니 어딘들 제대로 가기나 하겠는가?
이왕이면 팔자가 차와 같다면
버스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다
이 사람도 태우고 저 사람 도 태워
어디든 갈만한 곳을 다녀 보고 싶다.
꽃피는 계절엔 꽃놀이 가고
무더운 여름엔 물놀이 가고
가을엔 단풍놀이도 다녀와
겨울엔 따스한 온천에 모여
맛난 것도 먹고
모아진 이야기도 나누며
늘어지게 잠도 들고 싶다.
가라는 시집은 안가 던 친구가 불교대학을 가더니
어느 날 인사동 어디로 사주를 배우러 다닌다 한다.
꽤나 배우기에 철학관 이야기를 하였더니
자동차 얘기는 첫 번째 상술로 가르쳐주는 수법이란다.
그래도 좋다
지워낼 수 없는 수긍되던 말이다.
내 인생이 버스와 같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렸을까?
누가
가고자 하던 곳 까지 가 하차를 하였는지?
다다르지도 못하고 중도에 내려 다른 길을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내 뜻과 상관없이 이루어졌을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다.
그들도 각자의 몫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맘쯤 내 달렸으면 낡은 버스가 되었으리라
이리 손보고 저리 손봐도 터덜터덜 매끄럽지 못하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있을 텐데
아무래도 속도를 줄여 천천히 앞뒤 살펴가며 달려가야
그나마 남은 길을 가게 되지 싶다.
아무래도 좀 모질게
이 승객 저 승객 덜어내어 무게도 줄여야
버텨내기가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얼마를 더 가야 종점에 다다르게 될 수 있을까?
희 자가 눈물이 많다 하여 십만 원에 선영이가 되었는데
건너집도 선영이
박선영이 김선영이 최선영이
선영이 투성이다
그래도 선영이 덕에 무사고로 종점에 다다를 수 있다면 고마운 일
라디오를 틀어 이 얘기 저 얘기도 들으며
쉬엄쉬엄 변하는 주변도 바라보며
종점을 향해 달려갔으면 좋겠다 싶은
졸고있는 한 낮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