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by 여름나무

새벽녘

빗소린가 싶어 잠에서 깹니다.

잔잔히 비 오시는 소리입니다

눈을 감고 숨죽여 듣습니다.


토라진 듯 눈을 감고

피어오르는 미소를 참으며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편안한 토닥거림입니다.


또 하나의 하루가 이렇게 시작합니다.


헐렁한 면 티에 낡은 청바지

오늘은 빗물을 튕기며 걸어도 좋을 신을 신고

장우산을 타고 출근길에 오릅니다.


여기저기 숱한 동그라미표들이

기억의 파편 위로

만들어지고 사라집니다.


잊혀진 것은 동그라미

잊어야 할 것도 동그라미

버려야 할 것도 모두가 동그라미 표입니다.


비님은

잊을만하면

다시 이렇게 찾아옵니다.


기억의 파편들도

가끔 이렇게 찾아옵니다.


그리움도,

회색 빛 콘크리트 보도 위로

동그랗게, 동그랗게

마냥

떨어지는 날입니다.


오늘은 개구 진 사내아이처럼

행복한

날이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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