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다시 읽다.

by 여름나무

때론, 시간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다.

뭐라 답하지 못해, 잔잔한 미소로 번지는 그러한 것들이다.

어느 순간 우린 우연찮게 그러한 것들을 만나고 만다.

번쩍이는 번개처럼,


언제나 그렇듯이 대유행이 지나면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두더지 게임이다. 동네 문방구 앞이나 구멍가게 앞에 자리 잡았던 이 두더지 게임기는, 여러 개의 구멍에서 고개 쳐드는 두더지의 머리를 잽싸게, 망치로 내려쳐 구멍 밖으로 고개를 내밀지 못하게 하는, 오다가다 만날 수 있는 흔한 게임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가끔, 그러한 두더지 게임처럼 고개 쳐드는 기억을 내려쳐 생각 없이 살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멍처럼 퍼지는 아픈 사랑에 기억이 그렇다.


누구나 사랑을 한다. 이루어지는 사랑을 하든 헤어지는 사랑을 하든,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암튼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었다. 헤어지면 보고파서 울고 이루어진 사랑은 또 이래저래 괴로워서 울고 만다.


그러면서 또 그 괴로운 사랑을 하려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은 곧 관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 타인의 사랑에도 연민을 느끼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잠 못 드는 밤에 저린 손끝처럼 마음이 저려오는 사랑이야기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그리 큰 문제가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엔 동화로, 성인이 되어서는 우화로 읽었던 어린왕자가 사실은 그가 자신의 아내를 모델로, 아내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였다는 말에, 무게의 중심을 그의 사랑이야기로 돌려 다시 읽어볼까 한다. 그러니 남녀의 관점에서, 부부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읽어보아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다.


그러나 아직 전 남편의 상중이어서 검은 드레스를 입고 치러야 했던 그녀와의 결혼식이, 어쩌면 그에게 예견된 불행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추측에 슬프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비행기 엔진의 고장으로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을 하기 전, 분명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수없이 많은 접족을 하며 오랫동안 어른들 속에서 살아왔다. 그럼에도 그는 “나는 진심으로 이야기를 나눌 사람 하나 없이 혼자서 살아왔어요.” 라며 고백을 한다.

그가 또는 우리가 어린왕자가 필요한 이유인지 모른다 생각을 하게 된다.


1. 상자에 들어있는 양

첫날 저녁, 사람이 사는 곳에서 수천 마일이나 떨어진 사막에서 잠든 그는, 해 뜰 무렵 작고 이상한 소리에 잠을 깨었다.

“ 저, 양 한 마리만 그려줘요!”

그는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꼬마를 바라보았다. 꼬마는 길을 잃은 것 같지도 않았고, 피곤이나 굶주림이나 목마름이나 두려움으로 죽을 지경이 된 것 같지도 않았다.

“양 한 마리만 그려줘...”

서둘러 엔진을 분해해야 하는 그는 몇 장의 그림에도 만족해하지 않는 꼬마를 위해 상자 하나를 그려 던져주며 말한다.

“이건 상자야, 네가 갖고 싶어 하는 양은 그 안에 들어있단다”

그러자 놀랍게도 꼬마의 얼굴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상자에 들어있는 양이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떠올랐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 자신의 무의식과 내면을 일깨워가듯이 조종사인 그는 어린왕자를 내세워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여행길에 나서게 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2, 작은 별

그는 어린왕자가 소행성 B612에서 왔다 생각하기로 했다. 겨우 집 한 채보다 큰 별,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했는지 모른다.


어린왕자가 별을 떠나야 할 사연은 그랬다. 어느 날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 수 없는 씨앗 하나가 싹을 틔워 꽃이 피어났고, 그 꽃과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그의 삶은 별과 다를 게 없었다. 그의 곁에는 늘 여인들이 꽃처럼 피었고 바오밥 나무처럼 그 여인들이 자신을 상처 내지 않도록 싹을 뽑아내야 했다. 그의 가슴엔 깊은 우울 감으로 자리 잡은 휴화산 같은 파혼녀, 루이즈 드 빌모랭이 있었고, 그를 활화산처럼 들끓게 하는 사랑하는 아내 콘수엘로와 연인, 넬리 드 보귀에라가 있었다. 그는 화산 폭발 때문에 곤란한 일을 격지 않도록 화산을 관리해야 했으며 석양을 바라보며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무기력과 불안감을 달래곤 하였다.


3. 이별

별을 떠나는 날 아침, 그는 별을 잘 정돈한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에 바오밥 나무의 싹들을 뽑고, 마지막으로 꽃에 물을 주며 꽃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잘 있어” 꽃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말했고 마침내 꽃은 말했다.

“내가 어리석었어요. 용서해줘요, 부디 행복해요”

어린왕자는 꽃이 나무라지 않는 것에 놀라웠다. 이렇게 부드럽고 침착하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요. 난 당신을 사랑해요”

꽃이 말했다.

“당신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예요. 내 잘못이에요.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아요. 하지만 당신도 나만큼이나 바보였어요. 부디 행복해요. 그 유리 덮개는 그냥 둬요. 이젠 필요 없어요.”

“하지만 바람이...”

“시원한 밤바람이 내 기분을 좋게 해 줄 거예요. 난 꽃이니까요”

“하지만 짐승들이...”

“나비를 만나려면 두세 마리 벌레쯤은 견뎌내야 해요. 나비가 아니라면 누가 날 찾아오겠어요. 당신은 멀리 있을 테고요”


4. 양과 장미(남과 여)

“양이 작은 떨기나무를 먹는다면 꽃도 먹나요?”

어린왕자가 물었다.

“양은 닥치는 대로 다 먹는단다.”

“가시가 있는 꽃도 먹는단 말이에요?”

“물론, 가시가 있는 꽃도 먹지”

“그러면 가시는 뭐에 쓰는 건가요?”

“가시, 그건 아무 데도 쓸모없는 거야, 그건 꽃들이 공연한 심술을 부리는 거라고!”


어린왕자는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얼굴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은 가시를 만들어왔어요. 수백만 년 전부터 양도 그 꽃들을 먹어왔고 말이에요. 그런데도 꽃들이 왜 아무 소용이 없는 가시를 만들려고 그토록 많은 고통을 겪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란 말이에요? 양과 꽃들의 전쟁이 중요한 일이 아니란 말이에요?”


어린왕자는 별안간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한 번도 여자에게 가시가 필요한 이유를 몰랐거나 생각하지 않은 것에 대한 자책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네가 사랑하는 꽃은 이제 위험하지 않아, 네가 양의 입에 씌우도록 입마개를 그려줄게, 네 꽃에는 갑옷도 하나 그려주고” 그는 자신이 아주 서툴게 느껴졌다. 모든 걸 혼동하고 있었다.


4. 그녀

꽃은 초록빛 방에 숨어 계속 아름다움을 고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바로 해가 뜰 무렵 그 꽃은 제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 꼼꼼하게 화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품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 이제 겨우 잠에서 깨어났답니다. 미안해요. 아직 머리도 엉망이고....”

어린왕자는 감탄을 억제할 수 없었다.

“당신은 정말 아름답군요.”

“그렇죠? 그리고 전 해님과 함께 태어났어요.”


어린왕자는 그 꽃이 그다지 겸손하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 꽃은 태어나자마자 심술궂은 허영심으로 어린왕자를 괴롭혔다. 꽃은 거짓말을 꾸며대다가 들킨 게 부끄러워 어린왕자에게 뒤집어씌우기도 하였다.


이렇게 해서 어린왕자는 사랑에서 우러나온 선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꽃을 의심하게 되었다. 대수롭지 않은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그것은 그를 아주 불행하게 하였다.”


실제로 그의 아내 콘수엘로는 독특하지만 모순으로 가득 차 있고 마술 같은 매력이 넘치는 여인으로 묘사되기도 하였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헤어짐과 재회, 외국생활이 되풀이되었고, 따로 외출을 하며 따로 친구들을 사귀기도 하였다.


그는 그녀와의 사랑을 그렇게 고백한다.

“내 꽃은 내 별을 향기롭게 해 주었는데도 나는 그걸 즐길 줄 몰랐던 거예요”


“그때 난 아무것도 알지 못했어요.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했어요, 그 꽃은 나를 향기롭게 해 주고 내 마음을 맑게 해 주었어요, 거기서 도망쳐 나오는 것이 아니었어요.”


“그 가련함 속임수 뒤에 애정이 숨어 있는 걸 알아차려야 했어요. 꽃들은 아주 모순덩어리예요. 하지만 난 너무 어려서 꽃을 사랑할 줄 몰랐던 거예요.”


남자들이여, 좀 더 세련되고 영악해지기를.......


5. 이상한 별들로의 여행(새로운 여인들)

어린왕자는 견문을 넓히기 위해 이웃의 별들을 여행하기로 하였다.

그에겐 새로운 여인을 탐색할 기회가 주어졌을지도,


첫 번째 별은 왕이 사는 별이었다. 그 왕은 온 우주를 다스리고 있었지만 정작 주변엔 이야기 하나 나눌 사람 없는, 무척 외로워하는 왕이었다. 하지만 권력이란 누구에게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야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사랑도 그렇다).


두 번째 별은 멋진 옷과 모자를 차려입은 허영 쟁이가 살고 있었다. 오직 자신을 찬양하는 것에만 반응하는, 허영 쟁이를 맞추는 일은 단조롭고 싫증이 나며 별을 떠나게 만들었다.


세 번째 별 주인은 언제나 취해 있었다.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러워 술을 마신다는, 어른들의 복잡하고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네 번째 별은 어린왕자가 와도 바빠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상인의 별이었다.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일을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지 알지 못했다.


다섯 번째 별은 점등 인이 사는 별이다. 이치에 맞는 낮과 밤이 있을 때에야 낮에 쉴 시간이 있었지만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거의 초 단위로 가로등의 불을 껐다 켰다 했다. 고달프지만 성실한 사람이 사는 별이라 머물고 싶었지만 너무 작은 별이라 둘이 머물 수 없어 떠나온 별이다.


여섯 번째 별은 탐험가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지리학자가 사는 별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자기 별에 뭐가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는 어린왕자의 별에 무엇이 있는지 물어보며 꽃을 덧없는 것이라 했다. 덧없는 것은 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며 어린왕자의 꽃이 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왕자는 처음으로 별에 자신의 꽃을 혼자 남겨두고 온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어린왕자는 지리학자의 추천으로 평판이 좋다는 지구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길을 떠나는 내내 자기 꽃을 생각하게 되었다.


앙큼하게도 지리학자는 세상 풍파를 다 경험한 늙은 술집주인 여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자신도 알아채지 못하는 어린왕자의 맘을 읽어내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는 어린왕자가 자기의 별로 돌아가 그만의 꽃과 행복하기를 조심스럽게 충고를 했을 수도 있어 보인다.


6. 일곱 번째 별, 지구(아내, 콘수엘로)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별을 잘못 찾아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두려워졌다. 그때, 달 빛 같은 고리가 모래 속에서 움직이는 게 보였다. 뱀이었다. 어린왕자는 뱀을 통해 그가 지구, 그것도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에 도착한 걸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어디 있니? 사막은 좀 쓸쓸하구나....”

“사람들이 사는 곳도 역시 쓸쓸해”


뱀은 어린왕자가 지구에서 지내기엔 너무 약해 보인다며, 자기 별로 돌아가고 싶다면 도와줄 수 있다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어린왕자는 우연히 꽃을 만나 사람들이 뿌리가 없어 그들이 무척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에게 지구는 이상한 별이었다. 모든 것이 메마르고 뾰족하며 거칠고 무서워 보이는, 상상력은 없고 남의 말을 되풀이하는 곳이었다.


어린왕자가 여우를 만난 건, 하나밖에 없는 꽃을 가져 부자라고 생각했던 그가 오천 송이의 장미를 만나 그의 장미꽃이 평범한 장미꽃에 불과했단 것을 알게 된 때였다.


슬퍼진 그는 여우에게 함께 놀자 제안을 했지만 여우는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없다 하였다.

" '길들인다'는 게 무슨 의미지?" 어린왕자가 물었다.

"길들인다는 것은 우리가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지, 나는 너한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내겐 꽃이 하나 있는데, 그 꽃이 날 길들인 것 같아"


"제발 날 길들여주렴!' 여우가 말했다.

"널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아주 참을성이 많아야 돼, 조금 떨어져서...., 넌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씨앗이거든, 그러면서 조금씩 더 가까이 앉으면 돼"

그래서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였다. 그가 떠날 시간이 다가왔을 때 여우가 말한다.


"장미를 보러 가렴, 너는 네 꽃이 이 세상에 단 하나란 걸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돌아와 작별인사를 해줘, 그럼 비밀 하나를 선물로 줄게"

어린왕자는 장미들을 보러 갔다.

"너희들은 내 장미와 조금도 닮은 데가 없어, 내가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주고, 바람을 막아준 장미가 아니기 때문이야, 내가 벌레를 잡아주고 불평을 들어주고, 허풍을 들어주고, 때로는 심지어 침묵까지 들어준, 그 장미가 내 꽃이기 때문이지"

어린왕자의 장미가 그토록 소중 건, 그가 장미를 위해 소비한 시간 때문이었다.

역시 투자는 잘해야.....


어린왕자는 여우에게 다시 가 인사를 한다.

"잘 있어"

여우가 말했다.

"비밀은 아주 간단해,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볼 수 있다는 거야 ,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왕자는 그 말을 기억해두려고 따라 말을 했다.


7. 마음을 보다

사막에서 비행기가 고장 난 지 여드레째 되는 날이다. 마실 물도 없고 비행기를 고치지 못했지만 어린왕자는 여우에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설령 죽는다 해도 친구를 갖게 된다면 그건 좋은 일이야. 난, 난 내 친구 여우를.... "

“꼬마야 우린 지금 여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목 말라죽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야”


어린왕자는 그를 보더니 생각에 대답하듯 말했다.

"나도 목이 말라요. 우물을 찾으러 가요 "

그는 피곤하다는 몸짓을 했다. 이 거대한 사막에서 물을 찾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사막이 아름다워요" 그가 덧붙여 말했다.

"모래언덕 위에 앉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요. 그렇지만 무언가 조용한 가운데 빛나는 것이 있었어요. “

"사막이 아름답게 하는 건, 사막이 어디엔가 우물을 감추고 있어서예요... "


나는 문득 모래밭의 신비로움을 이해하고는 깜짝 놀랐다.

“맞아, 집이나 별이나 사막이 아름다운 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야”

그는 잠든 어린왕자를 안고 다시 길을 걸었다. 부서지기 쉬운 보물을 안고 가는 것 같았다.


“내가 여기 보고 있는 존재는 조개껍데기에 지나지 않을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으니까...”

동이 틀 무렵에야 마침내 그는 우물을 발견했다.


8. 다시 집으로

“내 발자국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넌 알 거야, 거기서 나를 기다리면 돼, 난 오늘 밤 거기로 갈 거야”

돌담 위에 다리를 늘어뜨린 채 어린왕자가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말을 하고 있었다.

“네가 가진 독은 좋은 거니? 나를 오래 아프게 하지 않을 자신 있니?”

나는 가슴이 찢기는 듯하여 걸음을 멈추었다. 담 밑에 순식간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노란 뱀 한 마리가 어린왕자를 향해 머리를 쳐들고 있었다. 뱀이 서두르지도 않고 가벼운 쇳소리를 내며 천천히 돌 틈으로 사라졌다.


“어떻게 된 일이니! 이젠 뱀 하고 이야길 하다니!”

“정말 기뻐요. 아저씨가 비행기를 수리했으니 말에요. 아저씨는 집에 갈 수 있을 거예요”

“어떻게 알았지?”

“나도 오늘 내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

그에 웃음소리를 다시 듣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견딜 수 없었어요.


“누구에게나 별은 있지요. 하지만 다 똑같은 별은 아녜요.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별은 길잡이예요, 어떤 사람에게는 작은 빛에 지나지 않고, 학자에겐 문젯거리겠지요. 상인한텐 돈이고, 그러나 별은 말이 없어요. 아저씨는 그런 사람들하고 다른 별을 갖게 될 거예요”

“무슨 말을 하려는 거니?”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바라보게 되면, 내가 그 별들 중의 한 별에서 살고 있고, 그 별들 중의 한 별에서 내가 웃고 있을 거라는 말이에요. 그러면 아저씨는 모든 별들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예요.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을 가지게 될 거예요!”


그날 밤 그는 어린왕자가 떠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의 별은 너무 멀어 무거운 몸을 가지고 갈 수 없다고 했다. 몸은 낡은 껍데기와 같아, 낡은 껍데기 때문에 슬퍼하지 말라했다.


그리고 그가 떠난 지 육 년이나 흘렀다.

그러나 이 점은 여전히 커다란 수수께끼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디선가 우리가 보지 못한 양이 장미 한 송이를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에 따라 천지가 온통 달라지고 마니......

그러니 참!


하늘을 보세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양이 그 꽃을 먹었을까 안 먹었을까?

그러면 분명 모든 것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 1944년 7월 31일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의 별로 돌아갔다.

이 소설은 식사 중 냅킨에 그린 아이 한 명으로 인해 그 해 여름에 쓰기 시작해 시월에 끝마쳐졌다. 양에 대한 영감은 그가 기르던 푸들을 보고 떠올렸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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