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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by 여름나무

불빛 하나에 이토록 반가움 쏟아질까?

흔하디 흔한,

밥벌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서거나

또는 누군가 밥벌이를 위해 습관처럼 밝히는 불빛 하나에


분명,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다

봄 비 내리듯 겨울비 내려 마른 가지 적셔 들더니

아련함, 안개처럼 숲 속으로 펼쳐 들고

때마침 어디선가 종소리라도 울려 퍼져야 할 것 같은

낯설지 않은 풍경에

뎅그렁뎅그렁 발걸음 던졌던 것이다


가지와 가지 사이로 드러난 비 갠 뒤의 하늘

바라보다 아, 까마득하게

언젠가 그 물빛 하늘에 빠져들던 날들이 기억된 것이다


미친년

물색 빠진 머리 풀어헤친 한 무더기의 억새 틈에

나란히, 어지럽던 날들을 앉힌다


곧게 뻗은 시간이 흔들거리고

속세의 연을 끊고 갓 출가한 탁발승의 고뇌가

걸음걸음 서러운 이별로 밟힌다


아, 우린 불빛 하나로

저마다 소리치고 있던 것이다

불빛 하나 모여 도시가 출렁이고

울음소리 잠재우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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