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현 Oct 18. 2018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1번>


여러 전기나 영화에서 그린 모차르트의 모습은, 다소 극단적입니다. 기괴하게 웃는 천재, 영원의 순수를 간직한 아이, 성적 일탈을 일삼는 못 말리는 예술가, 그런가 하면, 사회 변혁을 꿈꾸는 행동가였던 모차르트. 뿐만 아니라, 근래에 밝혀진 연구들에 의하면, 그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 일에 빠져있었고, 꽤 많은 돈을 벌었다고. 그럼에도 늘 부족했다고 하니, 생활에 있어서도 극단을 오간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귀요미 시절의 모차르트 (출처 : 위키미디어 커먼스)


아버지 레오폴트는 그런 아들을 걱정했습니다. 때로 아들을 좌지우지하려는 소유욕을 보이기도 했죠.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의 생활과 연애, 음악, 가리지 않고 조언이자, 사실상 잔소리를 끊임없이 해댔습니다.


궁정음악가였던 아버지 레오폴드는 (자신과 다르게 미래가 촉망받는) 아이들, 난네를과 볼프강을 데리고 유럽 곳곳으로 연주여행을 다녔다. 출처 : 위키미디어 커먼스


1781년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 대주교의 궁정에서 얻었던, 안정되지만 제약이 많은 자리를 버리고 빈으로 향했습니다. 다소 불안하지만 자유로운 프리랜서 음악가로 출발하기 위함이었죠. 그는 생계를 위해서 곡을 쓰고 레슨을 했는데요, 독주자로 직접 무대에 올라 선보이는 피아노 협주곡이, 작곡에 있어서 그의 주력 상품이었습니다. 한 번 연주에 성공하면 곧 다음 연주회를 예약하고 홍보하는 기회가 됐을 뿐 아니라, 모차르트 가계에 든든한 수입원이 됐죠.


당시 빈에서는, 누구나 부를 수 있을만큼 쉬운 곡을 쓰거나, 아니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함으로 흥미를 일으키는 곡을 써야, 갈채를 받는 작곡가로 통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를 경계하라고 조언했어요. 음악에서만큼은 극단을 피하기를 바란 거겠죠.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이 조언만은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1782년 겨울, 피아노 협주곡 11, 12, 13번을 쓰던 중에 아버지에게 쓰는 편지에서 이 세 곡을 이렇게 소개하는데요...


이 곡들은 너무 쉬운 것과 너무 어려운 것의 딱 중간입니다. 매우 눈부시고 듣기 좋으면서 자연스럽고, 늘어지는 구석이 없어요. 음악 전문가들만이 미소 지을 부분도 있으면서, 일반 청중도 이유는 몰라도 좋아할 만하죠.

빈에서 처음 완성한 피아노 협주곡 11번, 12번, 13번은 모두 밝고 화사한 분위기로, 주로 단정하면서 때로 화려한 피아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1번 1악장의 시작 부분


미국의 평론가 알렉스 로스는, 이 세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두고, 모차르트가 음악에서 ‘중용의 미덕’을 이뤘다고 평가했습니다. 아버지 레오폴드가 그렇게 바라고 조언하던 것이죠. 그리고 그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유효한,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합니다.


중용,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상태를,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1, 12, 13번에서 찾아봅니다.


https://youtu.be/PIvLUo3NaPc

*게자 안다가 지휘하고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1번. 직접 구성한 카덴차를 씀.



매거진의 이전글 밤의 여왕은 정말 '나쁜 X' 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