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제 이름의 의미에 대해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빛나는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 '재환'이라는 이름을 지으셨다고 말하셨죠. 아버지께서 생각하시는 빛나는 사람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을 하다가 이러한 사색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빛에서 무엇을 연상했고, 그로부터 어떤 의미를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제 이름의 의미는 성경의 어느 구절과 같이 읽을 수 있습니다. 있을 재, 빛날 환을 영어구절로 풀어쓰면 "Let there be light"라고 써볼 수 있을 듯합니다. 창세기의 "빛이 있으라"는 말씀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지요.
다만, 우연히 비슷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의미부여를 하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아버지는 이를 염두에 두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 집안이 기독교와 그리 가깝지도 않으니까요. 그럼에도 제 이름의 의미를 성경의 구절에 빗대어 생각해 보는 것은 빛나는 사람이 되라는 말의 의미를 보다 깊이 고민하기 위함입니다.
먼저 빛의 속성을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무엇가를 비춘다는 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어떤 대상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속성을 두고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사과를 볼 때, 우리 눈으로 반사되는 빛을 본다고 여기기보다 사과를 본다고 여깁니다. 일련의 현상 속에서 빛은 사람에게 사과를 인식할 수 있는 매개로 작용하면서, 동시에 주목받지는 않는 대상입니다. 즉, 어떤 것을 밝게 비춘다는 의미는 나를 매개로 사람들의 인식, 나아가 서로의 존재를 이해하도록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제가 주목한 빛의 속성은 키워냄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에 빛이 있으라 말하는 장면을 상상해 볼 수 있을까요? 저는 막연하지만 세상에 생명이 불어넣어 지는 장면이 연상됩니다. 햇빛이 지구의 생명의 순환을 가능하게 하듯이, 빛은 무언가를 키워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를 인간관계에 적용하면 나로 인해 누군가 더 성장하고 번성하도록 돕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한 두 가지 속성들은 모두 제 자신이 중심이 되기보다 다른 대상을 향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으로 제가 자랄 수 있기를 바라신 게 아닐까요? 그리고 우연일지, 필연일지 저는 그러한 태도를 소중한 자세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빛 자체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어떤 공간에 아무것도 없이 강렬하고 밝은 빛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상상해 봅니다. 그것은 일견 아름답거나 경외의 마음을 가지게 만들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마냥 긍정적인 것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제게 빛의 긍정적인 측면은 앞서 말한 것처럼 다른 것과 관계 맺음에서 파생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관계 맺음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자리할 때, 비로소 빛의 역할과 소중함이 생겨나지 않나 생각합니다. 오히려 상대를 향하는 것이 빛 자체에 긍정적인 의미를 세우는 일이며, 그것이 소위 말하는 제 이름값을 하는 일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세상을 밝게 비추길 바랐던, 제 이름을 지을 실 적 아버지의 마음은 앞서 말한 내용과 같았을까요? 첫 글을 제 이름으로 써내는 동시에, 아버지께 여쭙는 처음의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