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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한 Sep 21. 2024

恥 부끄러움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참慙 괴愧



부끄러움을 한자로 치恥라 합니다. 

마음에서 느끼는 감정이므로 마음 심心이 들어갔고, 

그때 상기되어 귀耳가 붉게 변하는 현상을 글자에 담았습니다. 


부끄러움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벌거벗은 부끄러움, 실수나 부족함으로 인한 부끄러움, 

비난 등의 모욕감으로 인한 부끄러움, 

주면서도 부끄러워하는 겸양의 부끄러움도 있지요. 


부끄러움이 다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약이 되어 나를 성장시키는 부끄러움도 있으니까요.


부끄러움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요?

어느 날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안 와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부끄러움이란 녀석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몰래 숨겨든 어릴 적 일 하나를 꺼내 보이고는 잽싸게 도망가더군요. 

아마 지나간 일 중에 어떤 것은 이 녀석과 죽을 때까지 숨바꼭질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불 꺼진 밤, 아무도 보는 이 없지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겠지요.


부끄러움은 참慙괴愧로 나뉩니다.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을 참, 남이 알까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괴愧라 합니다.

부끄러울 참벨 참마음 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너무나 부끄러운 나머지 달려오는 전차와 도끼앞에 자신을 내던지고 싶은 심정을 뜻합니다. 


한편 부끄러울 괴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처럼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픈 마음을 의미합니다.


맹자는 “부끄러움을 모르면 인간이 아니다.”라고 했지요. 이런 사람을 파렴치破廉恥, 후안무치厚顔無恥라고 하지요. 그런데 요즘 세간에 들리는 이야기는 인간들 속에 랩틸리언들이 섞여 산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립니다. 여기 지구, 사람 사는 세상 맞지요? 


하늘을 향해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의 경지에는 못 미치더라도 

부끄러운 일에는 부끄러워할 줄 아는 참慙 인간들의 세상 맞잖아요. 그죠?


어차피 부끄러움이란 녀석과 한 집에 살아야 한다면, 

이왕이면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귀까지 빨갛게 물들이는恥 예쁜 녀석을 친구로 삼는 것이 좋겠지요.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의 귀를 예쁘게 물들이는 귓속말로 하루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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