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한 Sep 19. 2024

 卽位 오늘은 세종이 즉위한 날

즉위는 무슨 뜻일까?

역사 속 오늘 1418년 9월 19일(음력)은 세종대왕이 조선의 제4대 임금으로 즉위한 날이다. 즉위는 무슨 뜻일까? 한자로는 곧 즉卽벼슬 위位를 쓴다. 

곧 즉卽의 갑골문은 밥그릇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적잖이 허기가 졌는지 무릎방아를 찧은 모습이다. 

그러므로 '곧장 나아가다'가 본뜻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차려진 밥상 앞에 곧장 달려오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기사 요즘 먹을 것이 넘쳐나는 아이들의 생각은 다를지도. 밥 없으면 빵 먹으면 되니까. 


곧 즉即에서 사람들이 놓친 것이 있다. 무릎꿇음이다. 무릎을 꿇은 것은 순종과 복종을 의미한다. 어떤 무릎꿇음일까. 이 사람은 고대에 술관원이라 불렀던 벼슬아치이다. 술관원은  임금에게 술을 따르던 시중을 말한다.

벼슬 경卿은 음식을 앞에 놓고 마주 앉은 사람의 모습이다. 술관원이 손님을 접대하는 모습이다. 드라마 대장금이 생각나지만 술관원은 단순히 음식에 공을 들이는 장금이가 아니라 임금과 정사를 논하는 높은 직급의 벼슬아치였다. 실제로는 권력서열 2인자의 파워를 가졌다. 고대에 왕은 항상 독살의 위험 앞에 놓여있었다. 그 시대에 왕의 음식을 담당하는 관리였으니 왕의 신임이 얼마나 두터웠겠는가. 이런 사실은 아내를 뜻하는 짝 배配가 뒷받침하고 있다. 

금문 배配는 술관원이 술단지 앞에서 술이 잘 익었는지를 살펴보는 모습이다. 이처럼 술관원은 임금의 술상을 책임지는 자였지만 늘 왕의 곁에서 시중을 들며 국가의 중대사를 함께 논했기 때문에 '짝, 상대자'라는 뜻이 나왔다. 하지만 '귀양 보내다'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왕의 신임을 잃으면 귀양을 가거나 목숨을 잃었다. 곧 즉卽자의 숨겨진 사연이다.


이러니 왕의 부름에 어찌 곧장卽 나아가지 않겠는가. 물론 서두에 쓴 것처럼 배고픈 사람들의 모습도 담겨있다. 

참고로 이미 기旣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고개를 돌려 트림을 하는 모습이다. 이런 습관은 현대 중국인들의 식사예절의 마지막 의례로 남아있다. 이미 배를 채웠다는 뜻이며 잘 먹었다는 인사다. 


너무 멀리 가면 즉위식을 놓칠 수 있으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벼슬 위位를 살펴보자.

벼슬 위位는 사람 인설 립합해진 글자다. 사람이 어떤 자리에 있다는 뜻이다. 설 립의 갑골문은  위에 당당하게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여기서 사람이 있는 땅은 지구적 땅이 아니라 특정한 영역을 가리킨다. 지방 관아일 수도 있고, 조정의 한 자리 일 수도 있으며 나아가 제위帝位나 왕위王位일 수도 있다. 세종이 선 자리는 왕위王位다. 세종대왕은 오늘 즉위식을 거쳐 왕의 자리에 올랐다. 


즉위卽位의 문자적 의미는 '어떤 자리에 곧장 나아가다'이다. 만약 그 자리가 벼슬자리면,  제 밥그릇 챙기러 가는 것이 아니라, 제 밥그릇을 떠나 백성들의 밥그릇 앞에 임하는 것임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오늘 당신은 어떤 자리에 임해있나요?

작가의 이전글 諦念 오늘은 체념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